[뮤지컬 들여다보기] 내 맘대로 베스트10 - (10) 삼총사

입력 2010-11-18 14:04:49

최상의 캐스팅, 남자의 전설이 부활하다

어려서부터 동화,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버전으로 만나왔던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를 이제 뮤지컬로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스토리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루이 13세를 둘러싼 음모와 그것을 밝혀 내려는 달타냥과 명예로운 총사들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다. 뮤지컬 삼총사는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아이언 마스크'의 쌍둥이 왕이라는 설정을 덧입혀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체코 뮤지컬이지만 극본의 대대적인 수정과 음악의 재구성을 통해 원작을 뛰어넘는 새로운 한국어 버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DVD로 먼저 접한 체코의 삼총사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어두침침한 분위기여서 과연 한국에서 통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극본, 작사, 연출로 1인 3역을 한 왕용범 연출에 의해 밝고 유쾌한 뮤지컬로 환골탈태했다. 한국 관객들의 웃음과 감동 코드를 제대로 짚어낸 뮤지컬 삼총사는 그가 왜 젊은 연출가로 주목받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난해 국내 초연 당시 이 작품이 주목을 받은 것은 화려한 캐스팅 때문이었다. 유준상, 신성우, 엄기준, 박건형 등 여심을 사로잡을 뮤지컬 배우들을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 했던가. 이들은 폼생폼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에 녹아들어가 매력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해냄으로써 제대로 이름값을 해내고 있다.

조연들의 연기도 빛을 발한다. 달타냥과 아토스를 보러갔던 관객들은 아라미스와 프로토스 역의 민영기와 김법래의 매력에도 흠뻑 빠져들게 된다. 삼총사의 배우들은 단순히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객석을 통해 등장하기도 하고 관객에게 장난을 걸기도 한다. 운이 좋은 여성 관객은 총사들의 장미 선물이나 달타냥의 키스 선물을 받는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정보를 아는 관객들은 통로 자리나 맨 앞자리를 선호하게 되고 티켓 오픈 때 그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예매 전쟁이 펼쳐지기도 한다.

실제를 방불케 하는 칼싸움 장면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 달리는 마차에서의 격투 장면 등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리고 긴박한 상황에서도 터져 나오는 유머와 배우들의 애드리브는 유쾌한 웃음을 유발한다. 여기에 브라이언 아담스가 작곡한 'All For Love' 을 비롯한 감미로우면서도 웅장한 음악과 17세기 파리를 재현한 고급스러운 무대, 화려한 의상 등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공연을 선보인다. '정의'에 목마른 시대,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외치는 달타냥과 삼총사의 모습은 세월을 뛰어넘어 관객과의 교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커튼콜 때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출연한 배우들이 한 명, 한 명 무대 인사를 할 때마다 터져 나오던 박수와 환호는 아토스와 말라디의 등장과 함께 기립박수로 이어진다. 그리고 배우와 관객이 하나 되어 부르는 마지막 합창을 마치고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의 표정에는 마치 그들이 정의를 지켜낸 총사라도 된 듯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감각 있는 연출, 쉽게 전달되는 스토리까지 세대를 초월해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최우수 문화콘텐츠로 선정되면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았고 일본 공연도 추진 중에 있다.

2010년 12월, 남자의 전설이 다시 부활한다. 엄기준, 유준상, 민영기, 김법래 등 원년 멤버에 달타냥 역에 김무열, 슈퍼주니어의 규현, 아토스 역으로 서범석, 프로토스 역에 김진수 등이 가세해 또 한 번 남자의 전설에 도전한다. 소문난 잔치에 볼거리와 들을 거리도 많았던 뮤지컬 삼총사가 새로운 캐스팅으로 초연 때의 흥행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원준(㈜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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