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FTA 재협상, 相生의 지혜 발휘하길

입력 2010-11-18 11:14:33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재협상으로 가는 분위기다. 결렬된 추가 협상에서 미국이 기존 협정문을 수정해야 할 만큼 자동차와 쇠고기 부문에서 우리 측에 많은 양보를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정부도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그동안 협정문을 고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양국 이익 확대를 위해 협정문 수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자세는 매우 실망스럽다. 정부는 우리 측에 불리한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국내의 요구에 협정문의 점 하나도 고칠 수 없다고 맞서왔다. 그랬던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는 신속히 재협상으로 돌아선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의심케 한다. 이는 '밀실 협상'이라는 일부의 비판에도 정부를 믿고 인내해준 우리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판을 깰 수는 없다는 데에 우리의 고민이 있다. FTA를 해서 망한 나라가 있다는 소리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즉 FTA는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어쨌든 더 이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전제는 양국의 이익의 균형이다. FTA는 서로가 이익을 얻자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재협상을 한다면 이를 통해 우리가 새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얻어내야 한다. 자동차 분야는 우리가 농산물 수입이나 섬유 등 다른 분야를 내주고 얻어낸 성과다. 자동차에서 우리가 미국의 추가 요구를 들어준다면 우리도 농산물 등에서 미국의 추가적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결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길고 험난한 협상 과정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이를 따내지 못한다면 굳이 한미 FTA를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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