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내연녀를 찾아낸 그녀, 막장 아닌 예술로 풀어 본다면
통상 연말을 앞둔 극장가는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많이 개봉됐다. 흥행 비수기를 틈타 수작 영화나 예술영화도 소개되었다. 그런데 요즘은 난도질하는 공포영화가 아니면 청소년 관람불가의 잔인한 액션영화와 야한 영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제 영화가 현실을 현실적으로 그리는 것을 포기한 것일까, 아니면 현실이 영화처럼 비현실적으로 된 걸까.
이번 주에도 청소년 관람불가의 한국 영화 두 편이 개봉했다. 정윤수 감독의 '두 여자'와 이해영 감독의 '페스티발'이다. 남편의 내연녀와 벌이는 변칙적인 삼각 관계와 성에 대한 다양한 취향을 그린 영화다.
◆내 남편의 여자를 만나다…치명적 불륜극 '두 여자'
결혼 10년차 산부인과 의사 소영(신은경)은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변함없이 자신을 아껴주는 건축학과 교수 남편 지석(정준하)이 있고, 이제 그와 아이까지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날 남편의 사무실에 갔다가 컴퓨터 메신저를 열어보고 남편에게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배신감에 휩싸인 소영은 그 내연녀가 건축학과 학생 수지(심이영)이고 그녀가 요가 선생으로 일한다는 것을 알고 이름과 직업을 속여 수강생으로 등록한다. 수지는 소영을 전혀 의심하지 못한 채 비밀 이야기까지 나누는 사이가 된다. 지석 역시 소영과 수지가 함께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여기까지 보면 통속적인 막장 드라마의 전형이다. 복수를 위한 치밀한 접근과 무방비로 노출된 내연녀의 끝은 피를 부를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전혀 다른 스토리로 흐른다. 소영은 처음 품었던 적개심 대신 점차 수지에 대한 이해와 연민을 갖게 된다. 수지 또한 소영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갖는다. 사랑하는 남자 지석에게는 '그냥 학생'으로 소개될 뿐이지만 그녀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갑자기 나타난 소영이다.
'두 여자'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2007), '아내가 결혼했다'(2008)의 정윤수 감독이 연출했다. 여성 심리를 잘 그렸던 그는 수지를 보며 질투와 연민 사이를 오가는 소영의 심리 변화를 잘 쫓고 있다.
스크린 속 캐릭터들은 욕망과 결핍에 사로잡혀 부서지기 쉽고, 그 관계 또한 그렇게 허약하다. 영원히 사랑하자던 결혼도 어느 날 가을 바람처럼 찾아온 사랑에 쉽게 무너지고, 남편의 외도에 대한 복수심 또한 아침 드라마처럼 견고하지 않다. 사랑과 행복이 늘 어긋나듯 둘 다 가질 수 없는 것이 영화의 파국이다. 바짝 마른 영혼들의 아픈 방황이 쓸쓸한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 관객을 스산하게 만든다. 노출은 센 편이다. 정사 장면뿐 아니라 상반신 등의 노출은 기본이다. 러닝타임 104분. 청소년관람불가.
◆평범한 이웃들의 다양한 성(性) 취향…'페스티발'
가학과 피학을 즐기는 커플, 성기 크기에 집착하는 남자, 실물 크기의 인형을 사랑하는 남자, 여자 속옷을 입는 남자, 성에 눈 뜬 여고생….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성 취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 되면 선뜻 대놓고 말하기 어렵다.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을 이야기한 이해영 감독이 이번에도 풍성한 성에 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이 영화 속 7명의 주인공은 모두 한 동네에 살고 있다. 여고생 자혜(백진희)를 가운데 놓고 한복을 만들다가도 밤만 되면 앞집 철물점 주인 기봉(성동일)과 채찍을 들고 가학을 즐기는 엄마 순심(심혜진), 자혜의 영어 학원 강사인 지수(엄지원)의 경찰 애인 장배(신하균)는 크기로 섹스의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자혜의 국어선생님 광록(오달수)은 여자 속옷을 즐겨 입고, 자혜의 짝사랑인 어묵 장수 상두(류승범)는 사람보다는 인형을 사랑하는 사나이다.
영화는 등장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에피소드로 웃음을 던져준다. 적나라한 섹시 코미디이면서 개그 프로그램을 연상시키는 엉뚱한 이야기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감독은 각 커플의 평범하지 않은 성 취향을 엄정화의 노래 '페스티발'이 나오는 마지막 부분까지 건강한 성 담론으로 끌어간다..
'천하장사 마돈나'로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에 부진했던 이해영 감독은 신하균, 류승범, 오달수, 성동일 등 개성 강한 흥행 배우들을 캐스팅해 흥행을 노린다. 러닝 타임 109분. 청소년 관람불가.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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