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포용력 아쉬운 포항시장

입력 2010-11-17 10:28:48

10명이 숨진 포항 인덕노인요양센터 화재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사고수습대책본부장인 박승호 포항시장의 언행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개별적으로 장례를 치른 희생자 유족들은 포항시 관계자, 요양센터 운영자 L씨와 보상 협의를 하기 위해 16일 오전 10시 포항시청 회의실을 찾았다. 그러나 유족들은 박 시장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포항시가 인덕요양센터의 건물주인데도 사고가 난 지난 12일 1차 협의 때 박 시장은 없었고 오늘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시민 10명이 죽었다. 사과 한마디 없는 박 시장의 공식 사과가 먼저 있어야 한다"며 협의 자체를 거부했다.

이 시간에 박 시장은 일선 동사무소 방문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협의회가 사전에 예정돼 있었으나 박 시장은 '공무'를 이유로 청사를 떠난 것. 유족들은 "오늘 어떤 형태로든 시장을 만나 사과를 받고 담판을 짓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센터 운영자 L씨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으로 유족들을 격앙케 했다. 그는 "보상해 줄 돈이 없다. 불이 난 요양센터 운영권을 유족들이 가져가라"고 말했고, 이에 유족들은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시와 L씨를 싸잡아 비난했다.

계속 시청에서 버티던 유족들은 오후 3시쯤 예고 없이 시장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 업무보고를 받던 박 시장을 향해 유족 대표는 "여기 있었네"라고 고함을 질렀다. 이에 박 시장은 "이게 무슨 짓이야"며 맞고함으로 대응해 시장실은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후 회의장으로 자리를 옮긴 유족들은 시의 법적 책임과 보상 등 4개 항을 요구했으나, 박 시장은 "관련 법을 검토했으나 시의 법적 책임은 없다"고 했다. 사고 책임과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공방이 오간 끝에 한 유족이 "법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주장하자, 박 시장은 "그렇게 하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 시장 입장에서는 사고 보고를 받은 12일 새벽 손수 승용차를 몰고 가 현장에서 사고수습을 지휘하고, 시가 법적으로 위로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현실적인 보상을 위해 발로 뛰는 상황에서 유족들의 자세에 섭섭한 마음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을 어루만지고 포용하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목민관(牧民官)의 자세가 아닐지 아쉬운 대목이다.

포항·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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