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군 첫 ROTC 여성장교 꿈 '송글'

영남대 여성 학군장교 선발 체력검정 현황

영남대 여성 학군장교(ROTC) 선발 체력 검정이 실시된 16일 응시자들이 교내 운동장에서 팔굽혀 펴기 시험을 치르고 있다. 영남대를 포함해 숙명여대, 강원대, 고려대 등 7개 학교가 첫 여성 학군단 시범학교로 선정돼 5명씩 선발될 예정이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아이고!" "하나만 더!"

긴 머리카락이 거슬리는 듯 뒤로 질끈 묶고 팔굽혀펴기를 준비했다. 가녀린 팔로 힘차게 시작했지만 이내 힘이 빠진 듯 굽혔던 팔이 마음대로 펴지지 않자 비명이 터졌다. 젖먹던 힘까지 짜낸 듯 찡그린 얼굴과 바르르 떨리는 몸에서 '반드시 해낸다'는 군인 정신이 느껴졌다.

16일 오전 9시 30분 영남대학교 학군단 연병장에서 여성 학군사관후보생(ROTC) 선발 체력검정 평가가 열렸다. 지원자들은 대한민국 최초 여성 ROTC가 되기 위해 조금이라도 기록을 앞당겨 보려고 추운 날씨 속에 기를 쓰고 있었다.

9월 국방부가 영남대 등 전국 7개 대학을 여성 ROTC 시범대학으로 선정함에 따라 여성 ROTC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9월부터 한 달간 지원서 접수를 받은 결과 전국적으로 60명 모집에 360명이 지원했고 영남대는 5명 모집에 31명이 지원해 6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날은 필기고사 등 1차 선발을 통과한 9명의 지원자가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 오래달리기 등 세 가지 체력검정 평가를 받았다.

평가장에서 만난 지원자들은 이미 군인이었다. ROTC 관계자가 "안 춥냐, 괜찮냐"는 질문에 "괜찮습니다"라며 당차게 대답했다. 신현아(20) 씨는 체력검정 도중 "몇 분 남았습니까"라고 질문하며 '다' '까'로 끝낸다는 군대식 말투를 그대로 따라했고, '대위와 소령, 원사' 등 군대 계급까지 알고 있었다. 김재령(20·독어독문학과) 씨는 "나 자신의 경쟁력과 가치를 높이고 진취적인 여성 리더가 되고 싶어서 지원했다"며 "기초체력이 부족한 편이지만 최선을 다해 꼭 합격하겠다"고 다짐했다.

팔굽혀펴기에서는 생각보다 지원자의 성적이 저조했다. 이를 만회하려는 듯 윗몸일으키기 측정에서 지원자들은 자리에서 미리 몸을 풀며 기를 모으고 있었다. 지원자들은 이미 1차 선발에서 친해진 듯 서로 '화이팅'을 외치며 격려했다. 2분간 40회를 넘기는 여성이 나오자 모두들 '와' 소리를 내며 손뼉 쳤다. 옆의 군인들도 "팔굽혀펴기와 다르게 윗몸일으키기는 다들 잘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가장 중요한 체력검정은 1.2㎞ 오래달리기였다. 7분 30초 안에 들어오지 못하면 다른 성적이 좋아도 불합격 처리되기 때문. 영남대 공과대학 운동장에는 불상사를 대비해 앰뷸런스까지 옆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달리기 준비를 마친 지원자들은 일렬로 서서 출발 신호와 함께 힘차게 뛰어나갔다. 한바퀴 돌 때마다 지원자들의 얼굴이 일그러져갔고 마지막 바퀴를 돌고 들어온 순간 모두 그 자리에 쓰러졌다. 5분 33초로 가장 먼저 들어온 임다혜(20·국제통상학과) 씨는 "3초만 더 일찍 들어왔어도 1등급을 받는 건데…"라며 아쉬워했다. 오래달리기는 지원자 9명 모두 7분 안으로 들어와 탈락자가 한 명도 없었다.

정서연(20·국사학과) 씨는 "여성들이 군대에서 축구시합을 한 이야기를 정말 싫어한다는데 나는 군대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다"며 "합격하면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길러서 임관 때를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30일 발표되는 최종합격자 5명은 2년간 소정의 군사교육을 이수한 뒤 2013년 첫 여성 ROTC로 임관해 2년 4개월간 복무할 예정이다. 영남대는 합격자에게 소정의 장학금 제공과 희망자에 한해 기숙사 우선권을 주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