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민간 모두 활용 무관심
"새 주소 왜 쓰나요?"
1996년부터 14년간 추진해 온 새 주소 사업 정착이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대구시가 이달부터 시내 모든 가구와 건물에 대해 '새 주소 예비 안내'에 돌입했지만 공공과 민간 모두 새 주소 활용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관공서의 새 주소 시스템은 아직까지 불완전하고, 옛 주소에 익숙한 배달·택배업계나 내비게이션, 포털사이트 등 민간 영역의 새 주소 활용은 아예 전무한 실정이다.
새 주소 사업은 내년 7월까지 의견 수렴과 정부 고시를 거쳐 2012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가시밭길 새 주소사업
13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동 대구소방안전본부 상황실.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신고자 주소가 상황실 전광판에 표시됐다. 하지만 옛 지번 주소였다. 대구소방안전본부 측은 "새 주소 정착에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며 "내년 중으로 새 주소를 함께 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 역시 마찬가지. 112 신고센터로 접수된 신고는 100% 지번 주소로 확인됐다. 경찰은 "아직 새 주소가 최종 고지되지 않았다.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고시가 있기까지 새 주소를 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나마 현재 경찰은 새 주소 건물번호판을 이용한 출동 연습을 시행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신고 전화가 올 경우 새 주소도 함께 뜨는 시스템을 올 연말까지 완비한다"며 "순찰차를 비롯한 모든 장비에 새 주소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새 주소 우편 배달 시스템에도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본지가 관공서 10곳과 일반 주택 10곳에 새 주소로 편지를 보내 도착 여부를 확인한 결과 17곳은 배달됐지만 3곳은 편지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경북체신청은 "시스템 오류가 아닐 수도 있다"며 "배달 이후의 문제인지 배달의 문제인지 정밀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체신청이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는 우편번호 검색 서비스의 경우 '도로명'을 쓰는 새 주소 인식이 불가능했다. '야외음악당로' '송현동길' 등은 우편번호가 나왔지만 '조암로 14안길' '성당로 39길' 등 길 이름에 숫자가 붙은 경우 도로명을 인식하지 못해 우편번호를 찾지 못했다.
◆"새 주소, 우린 그런 거 몰라요"
배달·택시 업계에서는 새 주소를 쓰는 일이 아예 없다. 소비자가 새 주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업계 역시 새 주소를 사용할 일이 없다는 것.
12일 음식 배달업체 5곳에 새 주소로 배달을 시도하자 모두 당황스러워했다. 업체들은 "현재 쓰고 있는 주소를 알려달라"거나 "주변에 큰 건물이나 알 만한 곳을 알려달라"고 했다. 대구 달서구 두류동 A중국음식점은 "주문자가 새 주소를 모르는데 우리가 굳이 새 주소를 알려 달라고 할 필요가 없다"며 "빌라, 아파트 등은 새 주소가 없어도 충분하고 주택가도 옛 주소를 쓰면 문제가 없다"고 했다.
택배업계도 마찬가지다. 지역밀착적 성격이 강한 음식 배달업계와 달리 대구 전 지역을 무대로 삼고 있지만 역시 새 주소에 낯설다. B택배업체 측은 "주문하는 소비자가 옛 주소를 쓰는데 굳이 먼저 새 주소 시스템을 갖출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택시업계 또한 새 주소를 쓸 일이 없다. 승객들이 주요 네거리나 주요 건물을 하차 위치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새 주소를 알 필요가 없다는 것. 주소를 찾아가야 하는 콜택시업계에서도 새 주소 이용 빈도가 낮다. C콜택시기사는 "전화로 택시를 호출하면 고객 위치가 기사들에게 모두 알려지는데 전부 옛 주소"라고 했다.
민간 부문의 새 주소 활용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또 다른 척도는 내비게이션과 포털사이트다. 온라인에서 가장 활발하게 쓰이는 주소 검색 방법이지만 정작 새 주소를 검색할 길이 없다. 옛 주소는 거의 완벽하게 인식하지만 새 주소 경우 시스템에 입력된 자료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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