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황금 시대

입력 2010-11-15 10:56:48

금값이 사상 최고, 이달 10일 순금(24K) 1돈(3.75g)당 20만원, 1온스(28.3g)당 1천400달러가 되었다. 금의 생산은 일정한데 금값이 갑작스럽게 치솟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의 수요가 갑작스럽게 늘었다는 의미이다. 왜 금의 수요가 갑작스럽게 느는 것일까? 금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세계 금 소비 패턴은 장식용 50%, 투자용 40%, 산업용으로 10%가 쓰인다. 중국인과 인도인이 잘살게 되면서 금의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0%의 산업용은 의료용, 치과 치료용과 전자산업에 쓰이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증가는 없다. 결혼 시즌이 되어서 금값이 오른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 보면 한국의 결혼시장에서 소비되는 금 소비량은 무시할 만하다. 투자용 40%가 문제이다.

금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같이 시작하였다. 황금은 인류 역사 이래 지금까지 인류가 가장 소유하고 싶어하는 보편적인 보물이다. 금은 변하지 않고, 찬란한 황금색 빛이 아름답다. 금은 부피가 작고 유연하여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하다. 금을 소지하면 건강하고, 부자가 되고, 행복하게 된다고 믿어 왔다. 돌잔치에 황금 반지를 주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금을 먹으면 무병장수하고 류머티스성 신경통에 좋다고 하여 술에 금가루를 타 마시기도 한다. 모든 좋은 것, 귀중한 것의 대명사가 황금이었다. BC 2천 년 이집트의 황금 가면, 중국 황실의 황금 보물이 있고 한국의 발견된 유물 중에서 신라 금관만큼 가치 있는 보물이 없어 보인다.

황금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왕실의 것이지 개인이 소유할 수는 없었다. 콜럼버스가 가장 탐독한 책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었다 한다. '동방견문록'에 금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의 금, 인도의 금 이야기가 절정을 이룬다. 일본의 궁전은 금으로 만들었고, 금으로 도배한 마루는 손가락 두 마디 두께였다고 했다. 진실은 마르코 폴로가 일본을 가보지도 않았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 거짓말은 콜럼버스를 움직여 인도의 금을 찾으러 대서양을 건너게 했다. 금만 있으면 어느 나라의 황제이든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아메리카의 식민지를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던 16세기 스페인 식민지 개척자들이 찾는 것은 3G, 즉 God, Glory to king, Gold, 금이었다.

국제적으로 상거래가 성행할수록 금의 가치는 높아졌다. 상품을 가져가서 금을 가져오던지, 금을 갖고 가서 상품을 사가지고 왔다. 세계 무역이 확대되면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화폐가 필요했고 자연스럽게 보편적 가치를 가진 금이 화폐가 되었다. 드디어 왕실에서만 소유했던 금을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금이 화폐이기 때문이었다. 금 본위제 화폐가 생겨났다. 종이돈을 쓰더라도 언제든지 종이돈을 가져가면 화폐의 액면만큼 중앙은행은 금을 주었다. 지금은 금이 화폐가 아니다. 금 본위 화폐였던 미국 돈 달러는 1971년 전격적으로 금본위제를 철회했다. 달러로 금을 살 수는 있지만 달러로 금을 바꾸지는 못한다.

'골드러시'가 일어났다. 금에 대한 개인의 소유가 허용되면서 금을 찾으러 대대적인 이민이 일어났다. 금을 찾는다는 것은 바로 현금을 캔다는 즉시성이 있다. 미국의 서부 개척사는 골드러시의 결과이다. 금광업자가 다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곡괭이 하나로 금 덩어리를 찾으면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황금을 찾는 붐, 골드러시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1930년대 우리도 세계적인 금 생산 국가였다. 1933년 한해 31t의 금을 생산하였다. 아직도 금광이 있지만 지금은 보잘 것 없다. 연간 생산은 0.14t이다. 세계의 연간 금 생산량은 2천400t 정도이다. 중국은 지난해 282t을 생산하여 남아공을 누르고 세계 최대 생산국이 되었다. G20의 정상들이 서울에서 회의를 했다. 주제는 무역수지이고 국제수지는 환율이 관건이다.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로버트 졸리 세계은행 총재는 환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달러, 유로, 엔, 파운드, 위안 5개의 화폐를 각국의 금 보유를 기준으로 금 본위제로 하자는 주장을 했다. 투자가들은 종이돈을 못 믿겠다고 금을 사재고 있다.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은 미국(8천100t), 독일(3천400t), IMF(2천900t), 중국(1천t), 일본(700t)인데 한국은 14t에 불과하다. 황금의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도 대비책을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박찬석(전 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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