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내용이 이야기 듣듯 귀에 '쏙쏙'
11일 오전 10시 30분 삼덕젊은이성당(주임 배상희 신부) 강당. '성경통독미사'라는 이름의 색다른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제대에 서있는 허진혁 보좌신부가 벽을 이용한 대형 스크린에 나와있는 중앙아시아 지도를 가리키며 강론을 펼치고 있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가는 여정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인들과 함께 간다고 상상해보세요." 허 신부는 중간중간에 "함께 읽어봅시다"라고 외치기도 하고 신자들에게 내용을 되묻기도 했다. 또 성경에 적힌 순서 그대로가 아니라 역사적 흐름에 따라 강론이 이어졌다. 성경을 모르는 입장에서도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마치 재미있는 이스라엘 역사 강의를 듣는 듯했다. 이 미사는 '성경통독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로 최근 신자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성당의 자랑거리인 성경통독학교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성경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데에서 출발한 것이다. 허 신부는 "대부분 성경을 읽으라고 했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았다"며 "신학생 때부터 성경통독학교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성경통독학교는 성경을 그냥 읽는 것이 아니고 성경의 역사적 배경과 흐름 등 맥을 짚어주면서 읽고 공부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올해 3월 본당 청년들을 중심으로 성경통독을 위한 소모임이 만들어졌고 지금은 55개 팀, 500여 명의 팀원들로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팀별로 모여 예'복습을 하며 성경을 공부하고 매주 목요일 통독미사를 통해 성경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인터넷 카페를 통해 각종 자료와 질문이나 답변 등을 주고받기도 한다.
허 신부는 통독 강의를 위해 이른바 유명한 강사들의 동영상을 수시로 보고 그들의 강의법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노력했다. 허 신부는 "성경은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이스라엘의 역사서로 이야기로 잘 풀어내면 얼마든지 흥미를 가질 수 있다"며 "2개월 전부터 강론을 하고 있는데 점차 참여자들이 느는 것을 보고 보람과 함께 책임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성경통독학교에 대한 신자들의 반응은 무척 좋다. 윤민정(27'여) 씨는 "과거에는 성경을 여러 차례 읽으려고 하다 너무 어려워 포기한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신부님이 맥을 잘 짚어주니까 성경 말씀이 깊게 이해된다"고 했다.
이 성당은 2년 전 젊은이본당으로 바뀌고 난 뒤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했다. 성경통독학교 개설뿐 아니라 그룹사운드 연주를 이용한 미사를 봉헌하거나 미사를 저녁 시간으로 조정하는 등 여러 가지 변화를 주었고 그런 시도들은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주일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 수가 2년 전에는 800여 명이었으나 지금은 1천500여 명으로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 더욱이 젊은 신자 비율도 전체의 40%에 이른다.
배상희 주임신부는 "성경통독학교가 반응이 좋은 만큼 내년쯤 통독 자료를 모아 다른 성당들도 함께할 수 있도록 책을 펴내고 성경 말씀의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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