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레슬링은 한 편의 거대한 쇼무대다. 레슬러들은 운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본에 맞춰 연기도 하고 싸움질도 한다. 화려함의 뒤안길에는 어찌 애환이 없을까. 선수들은 종합병동이나 마찬가지다. 약속 시합을 하더라도 거구끼리 몸을 부딪치고 내던지고 뛰어내리는 탓에 몸은 만신창이다.
슈퍼스타 에디 게레로(1967~2005)는 심판의 눈을 피해 반칙을 하는 '악동' 이미지로 큰 인기를 모았다. 그렇지만 밤이면 근육통으로 잠을 못 잘 정도였다. 진통제를 달고 다녔다. 2005년 오늘, 미네소타주의 한 호텔에서 이를 닦다가 쓰러져 사망했다. 괴력을 뽐내는 레슬러가 30대 후반에 심장마비로 죽은 것은 약물을 상복한 결과였다.
그가 로프 위에 올라가 하늘에서 개구리처럼 뛰어내려 상대를 덮치며 마무리(피니시)를 하던 모습은 언제 봐도 멋졌다. 죽고 나니 173㎝의 키에 103㎏의 거구였던 사람이 그렇게 뛰어내리면 몸이 성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멕시코계 레슬링 가문에서 태어나 일본, 멕시코에서 호랑이 가면을 쓰고 고생하다가 성공가도를 달리던 중 갔으니 아쉬움이 더 컸다. 개구리 뜀(프로그 스플래시)을 다시 보고 싶다.
박병선(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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