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여성단체협의회가 관변단체라는 오명을 씻어야지요. 여협은 말 그대로 대구시 여성들 전체의 단체입니다."
대구시여성단체협의회는 5월, 역사상 처음으로 김영화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에게 의뢰해 '대구여성단체의 실태와 활성화 방안'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것은 남성희 여협 회장이 여협의 내적 변화를 위해 제안한 것이다.
그동안 여협은 실제로 '시에서 하는 행사에 동원되는 단체' '정체성을 알 수 없다' '노후화됐다'는 등 수많은 불명예를 얻고 있었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여협 스스로가 정면으로 직시한 것.
"이번에 여협 38개 단체의 모든 현황을 학문적으로 분석했어요. 워크숍은 그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의 개선책이 무엇인지 대안을 도출하는 자리입니다."
남 회장은 여협 역사상 회원들 스스로가 처음으로 이야기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강사를 초청해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던 행사에서 벗어나 임원진들이 자료집을 스스로 만들어 문제의식에 대해 발표를 진행한 것.
처음에는 여협 회원들 사이에서 현황 파악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심했다. 사무실 공개를 꺼려 하는 한편 '나이 많은 사람을 내보내려 한다' 'IT에 익숙지 못한 사람을 배제하고 있다'는 오해도 많았다. 이것은 동시에 여협이 '나이가 많다' 'IT에 익숙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내부에 대한 성찰을 거치면서 조금씩 회원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30여 년간 한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던 한 회원은 '차세대 회장이 될 사람과 이번 워크숍에 함께 참가해도 되겠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남 회장은 이를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중요한 조짐으로 보고 있다.
남 회장은 여성단체에서 구심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러기들도 그 방향을 제시해주는 리더가 있음으로 해서 잘 날 수 있어요. 여협 회원들이 각자 책임과 권한을 나누어 나아간다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역대 최연소 여협 회장을 맡은 남 회장은 내년 2월, 임기를 마치고 여협을 떠난다. 그는 임기 동안 여협 소식을 안팎에 홍보하는 소식지 '와우'를 발간한 것이 가장 큰 업적이라고 꼽는다. 또 여협 사무실 1층에 재활용센터 '아네모네'를 만들고 매달 여성들의 실천 슬로건을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특히 '아네모네'는 회원 스스로 물건을 기부하고 자원봉사에 나서는 등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냈다.
"여협은 NGO 단체의 중심으로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자기 역할에 맞는지 끊임없이 점검해가며 더욱 발전해 나가길 기원합니다."
최세정기자 사진·이채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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