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여협, 서른 즈음에 스스로 되돌아보는 자아성찰 중

입력 2010-11-13 08:00:00

대구여성지도자 워크숍

11일
11일 '대구여성단체협의회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대구 여협의 워크숍이 열렸다. 이날 대구 여협에서 처음으로 구성원들의 내부적 진단이 진행됐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차순자씨 손기순씨
차순자씨 손기순씨

'대구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선출을 둘러싼 선거 제도를 개선하고 변화를 위한 차세대 지도자를 키우는 데 노력해야 한다'

11일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2010년 대구여성지도자 워크숍에서 여성 단체에 대한 내부 개혁적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대구여성단체협의회(이하 대구여협)가 주최해 '대구여성단체협의회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는 차순자 아이코리아 대구시지회장, 손기순 전국주부교실 대구시지부장의 발제로 진행됐다. 4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이번 행사는 여협 내부에 대한 본격적인 진단의 시간으로, 회원들 사이에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워크숍 참가자들은 여협의 기존 선거 제도를 내부적으로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선거제도에 대한 토론은 내년 2월 신임 대구여협 회장단 선출을 앞두고 비상한 관심이 모아졌다. 그동안 대구여협 선거는 대구 전체를 떠들썩하게 할 만큼 큰 이슈가 되었지만 일부 금전이 오가는 등의 잘못된 관행과 악습이 되풀이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발제자들은 '선거 제도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차순자 아이코리아 대구시지회장은 "지난번 회장 선거는 금전과 물건으로 인한 타락 선거가 아니라 회원들 간에 진심을 모아 추대되었던 모습이 좋았던 만큼 현재 선거 제도는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서점복 달성군여성단체협의회장 역시 선거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서 회장은 "다수의 후보 가운데 선출하는 현행 회장 선거 제도는 후보 사퇴를 종용하고 금전이 오가는 등 여협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며 "우리 여협에도 사회적 기준의 선거법을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추대 형식이 민주적인 측면도 있다'는 내용의 반론이 제기되면서 토론으로 이어졌다.

일부 토론자는 대구여협 회장의 연임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자 남구여성단체협의회장은 대구여협 회장의 임기가 1회로 제한되는 것을 지적하며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워크숍 참가자들은 여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 현재 여협 회원들이 주로 60, 70대로, 여성 사회의 제 1세대들인 만큼 그 성과를 이제 40, 50대의 제2세대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수자 회장은 "한 단체에서 한 명의 회원이 10년 이상 머물러 있어 고인 물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손기순 전국주부교실대구시지부 회장은 "나도 7년째 회장을 맡고 있는데 그동안 왜 준비된 회장을 만들어가지 못했던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고 말하며 차세대 지도자를 키우지 못한 여협의 역사를 지적했다.

시 주도 행사에 동원된다는 여협 정체성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도 나왔다. 손기순 회장은 "현재 신공항 밀양 유치, 위그린 캠페인 등 여러 가지 사회적 현안이 많지만 여협은 여기에 주도적이면서도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숙 대한치과위생사협회 대구경북치과위생사회장은 "여협이 행사에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참여로 지역 사회에서 역할과 지위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의원이 단체장을 겸임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영숙 고향주부모임 대구시지회 회장은 "시의원은 대구시민의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는 업무에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단체장을 겸하는 현행 관행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을 설립해 여협의 전문적인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 단체별 실무자 간에 정기적인 모임과 정보 교류를 통해 중복된 행사를 미리 방지하고 참가자들에게 선물을 돌리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행사 참가자들은 대구여협의 강점과 약점, 위기와 기회를 분석하는 스와트(SWOT) 분석을 진행하며 의견을 나누었다.

행사를 진행한 남성희 여협 회장은 "1982년 여협이 발족한 이후 이처럼 여협 내부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를 지정해 스스로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대안을 제시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여협 내부적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이미 시작된 만큼 여협이 앞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신을 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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