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중증환자 시설에 경보·유도등만 설치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하는 화재 참사를 빚은 포항 인덕노인요양센터 1층은 불에 탄 사무기기와 시커멓게 그을린 자국이 내부를 뒤덮고 있어 화재 당시의 참혹했던 순간을 짐작하게 했다. 1층에서 곤하게 잠을 자던 11명의 할머니 중 1명만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을 뿐 나머지 할머니들은 모두 안타깝게 희생됐다.
노인 생활실 2개와 사무실, 화장실, 중앙 홀, 창고가 있던 1층 내부는 화재로 집기 등이 완전히 불에 타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의외로 생활실 침대는 불에 타지도 않았다. 결국 초기에 대응만 잘했으면 경미한 화재로 넘길 수도 있었던 불이 초동대처 미흡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10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를 불러왔다.
특히 화재로 병원에 입원 중인 일부 할머니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일이 닥쳤는지도 모르는 듯 "배가 고프다. 밥을 달라"고 해 가족들과 의료진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또 화재 발생 당시 할머니 3명이 친구들과 함께 있기 위해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와 같이 잠을 자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다른 대형 사고와 마찬가지로 이번 화재 참사 역시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중증 노인환자들이 있는 요양센터의 소방안전 규정이 미흡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노인요양센터에 입원해 있는 환자 대부분이 고령의 중증환자로서 스스로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이번 화재처럼 불시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대피할 능력이 거의 없다. 실제로 인덕요양센터에서도 2층에 입원한 거동하기가 다소 나은 환자들은 모두 무사했지만 1층의 중증 환자들은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화를 당했다.
참사가 일어난 인덕노인요양센터 경우 건물 연면적이 396㎡로 소방법 규정상 소화기와 가스누설경보기, 유도등 등의 설치만 하도록 규정돼 있다. 연면적 400㎡ 이상인 건물이어야 화재경보기, 스프링클러 등을 설치하도록 돼 있어 인덕노인요양센터는 해당이 되지 않은 것이다. 중증 환자들이 생활하는 시설인 만큼 소방안전 규정이 한층 강화됐더라면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주고 있다.
참사가 발생한 인덕요양센터는 치매나 중풍 등 1, 2등급의 70대 이상 중증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시설인 점을 감안하면 불이 났을 때 긴급 피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야간에 이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가 고령인데다 2명에 불과해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만 갖고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운영자로서는 젊은 요양보호사보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저렴한 고령의 요양보호사를 고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