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서울 G20 정상회의가 12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G20 정상회의 창설 이후 5번째, G7이 아닌 나라에서는 처음 열린 이번 서울 정상회의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최상위 기구로서 환율 등 글로벌 이슈에서 결실을 거두기도 했지만 한계도 동시에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 G20 정상회의의 의미와 성과,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본다.
◆높아진 국격 확인
이번 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힘을 발휘했던 국제 공조가 각국 경제 회복 상황에 따라 서서히 금이 가는 시점에서 선진국과 신흥국이 균형 성장을 위해 함께 고민했다는 데 있다. 초기의 '위기 극복' 대응체제에서 패러다임이 바뀐 셈이다.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이날 "세계의 관심이 경상수지 등 경제 불균형을 재조정하는 쪽에 모아진 것만 해도 무조건 성공한 협상"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도한 '코리아 이니셔티브' 의제인 후진국 개발, 금융안전망 구축, '녹색 성장' 계획 수립 등이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어 이행계획을 세운 것은 높아진 국격의 현주소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저개발국의 이해를 반영하려 노력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신흥 리더국가'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도 거뒀다. 각국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도 다시 한 번 세계 정상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1990년대 후반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협의체 차원에서 출발한 G20 자체도 세계 경제의 최고 포럼으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G20은 세계 인구의 3분의 2, 세계 GDP의 85%를 차지할 만큼 대표성이 강해 적어도 경제 분야에서는 대세로 굳어졌다.
◆비판적 평가도 잇따라
하지만 핵심 의제였던 환율 해법의 경우 선언적 의미를 거두는 데 그쳤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우선 주요 외국 언론들은 서울 선언에 대해 비판적 평가를 내놓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보다 더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려는 미국의 입장과 이에 반발하는 중국·독일 사이의 절충안"이라고 했고, AFP통신은 "경상수지 흑자 및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4% 이내로 제한하자는 제안을 빠뜨린 선언문은 금융시장에서 무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 역시 폐막 후 상대국 통화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출, 환율 전쟁 종식이 쉽지 않음을 입증했다.
국내 정치권도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세계는 경제위기의 사후 해결뿐 아니라 사전 예방까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경제 문제를 공동 대응하는 공조를 이루게 됐다. 이 중심에 대한민국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는 원했던 특별한 성과 없이 끝났다. 따라서 이 무대를 통해 위상을 강화하고자 하는 정치적 입지 확대는 되지 못했다, 실패했다"고 혹평했다.
◆누가 웃고 누가 울었을까
다자간 회의인 G20 정상회의에는 주요 의제마다 국가 간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맞부딪친다. 그만큼 합의가 어렵고, 누군가에게는 못마땅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서울 회의에선 결과적으로 볼 때 중국과 독일이 미소를 지었다. 반면 미국은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경주 회의 때 제시했던 경상수지 목표제 도입은 중국·독일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고 중국의 통화정책을 가리키는 '경쟁적 저평가'(competitive undervaluation)라는 표현도 채택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기 G20 의장국인 프랑스와 영국, 브라질 등은 이번 회의 결과에 '대체로 만족' 상황이다. 일본은 이례적이랄 만큼 이번 회의에선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영토 문제로 껄끄러운 중국·러시아와는 양자회담 한번 갖지 못했다.
한편 다음 G20 정상회의는 내년 11월 영화제로 유명한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열린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G20 의장국으로서 프랑스의 우선적 목표는 국제통화시스템 개혁"이라며 "좀 더 안정적인 국제통화시스템을 만들자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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