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손 한방병원장 '손재림 문화유산 전시관' 개관

입력 2010-11-13 07:34:42

"전통문화 후손에게 잘 물려주는 게 우리의 책무"

"사라져 가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고 후손에 물려줘야 하는 책무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영천 손 한방병원 손재림(73) 원장이 포항시 장기면 계원리에 '손재림 문화유산 전시관'을 14일 개관한다. 손 원장이 폐교인 옛 계원초등학교를 사들여 지난해부터 전시관으로 꾸미기 시작해 마침내 포항의 또 다른 훌륭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민속전시관과 화폐전시관, 한의학전시관, 성문화전시관, 야외전시관으로 꾸며진 이곳에는 손 원장이 지난 40년 동안 수집한 다양한 문화유산 5천여 점이 전시돼 있다. 시가로 계산하면 무려 50억원에 달한다.

손 원장이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수집품은 베를 짜는 직조기와 국내 최초의 화폐다. 이곳에 전시된 직조기는 국내 어느 민속전시관에 전시돼 있는 직조기보다 크며 보조기구들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직조기에 관한 한 전국 최고라고 자부한다.

또 현재 국내에 6장밖에 없는 대한제국이 발행한 10냥짜리 '호조통화태환권' 한 장을 전시해 놓았다. 이 화폐는 고종 3년인 1893년에 발행돼 지금까지 6장만 남아 있는데 3장은 국내 유명 대기업 회장이 소유하고 있으며 2장은 실종된 상태라는 것.이 화폐는 화폐수집상 사이에서 9천5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경주 첨성대를 거의 실물 크기로 복원해 놓은 첨성대가 눈길을 끌며, 마루평상 같은 모양의 바위인 '천수암'도 특이하다. 가로 4m, 세로 3m, 높이 50cm 크기의 편편한 네모난 바위인데 마치 침대와 같은 생김새다. 이 바위에 앉으면 10년을 오래 살고 누우면 20년을 오래 산다는 속설이 있어 개관 후 관람객들로부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미성년자에게 관람불가인 성전시관에는 세계 각국의 성 관련 수집품과 춘화들이 전시돼 있어 부부나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손 원장은 이곳을 유료화해 관람수익금 전액을 장학기금으로 내놓아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학업에 도움을 줄 생각이다.

손 원장이 개관을 앞두고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도난이 아닌 화재다. 손 원장은 "잃어버리는 것은 그래도 국내에라도 남아 있겠지만 화재가 나면 모든 것이 재로 변해 사라져 버린다"며 화재예방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앞으로 의료현장에서 손을 떼고 전시관에서 생활할 것이라는 손 원장은 "이곳에 전시된 물건들 하나하나 수집할 때마다 물건의 가치, 가격, 소유의욕, 즐거움으로 행복했다"면서 "우리 문화유산의 중요성과 조상들의 얼을 알고 영원히 후세에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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