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우리동창회] 대구 능인중·고등학교 총동창회

입력 2010-11-12 10:09:27

'명문사학'회복…모교 자사고 전환 발 벗고 나서

올 5월 열렸던 능인중·고 총동창회 체육대회서 동문가족들이 달리기 시합을 하고 있다. 능인중·고 총동창회 제공
올 5월 열렸던 능인중·고 총동창회 체육대회서 동문가족들이 달리기 시합을 하고 있다. 능인중·고 총동창회 제공
지난달 능인중·고 총동창회에서 주관한 능인 가족동행 및 자연보호 캠페인에 참석한 동문과 가족들. 능인중·고 총동창회 제공
지난달 능인중·고 총동창회에서 주관한 능인 가족동행 및 자연보호 캠페인에 참석한 동문과 가족들. 능인중·고 총동창회 제공
박명호 총동창회장
박명호 총동창회장

올해로 개교 71주년을 맞은 능인고등학교의 교훈은 '밝게 알고 올바르게 행하자'이다.

1939년 일제강점기 당시 문맹퇴치와 포교를 위해 대구를 중심으로 동서남북과 중앙에 있던 5개 조계종 산하 사찰이 공동으로 설립한 은해사의 오산불교학교가 그 전신이다. 오산불교학교는 1946년 능인중학교로 교명을 바꿨고 1950년 남구 이천동 수도산에 학교를 지어 본격적인 고등교육을 시작했으며 1973년엔 중·고등학교가 분리됐다. 이어 1986년 수성구 지산동 현 교사로 다시 한 번 학교를 옮겼다.

박명호(24회·60·계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능인중·고등학교 총동창회 회장은 "두 차례나 학교가 옮겨진 탓에 학교를 둘러싼 역사와 전통적인 추억거리는 다른 학교에 비해 적은 편"이라고 전제한 후 "모교 발전에 힘이 되는 총동창회가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회장을 맡은 박 회장은 이런 이유로 우선 6만5천여 동문들의 화합을 위해 연중행사를 활성화하는 데 총동창회 역량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그는 "능인고 동문들은 매주 1시간씩 불교 기본교리를 익히며 사람으로서 올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고 강조하면서 모교의 교훈처럼 늘 '깨어있는' 인격자로서 동문들이 발 벗고 나서 총동창회의 발전에 협력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총동창회의 노력은 회보 '보리수'를 연 2회 발간, 기수별 직능별 지역별 동문모임과 소식을 통해 개개인의 역량을 결집시키는 데도 한몫을 하고 있다. 총동창회 소식지 '보리수'는 올해부터 120페이지의 책자로 발간될 예정이다.

◆아! 주체할 수 없던 힘(?)자랑

수도산 학교시절 능인고 인근에 영선못이 있었다. 지금은 영선시장 터가 된 못과 수도산은 한창 혈기왕성하던 10대들의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발산하던 곳이었다. 특히 그때 교기가 럭비와 등산, 태권도와 연식정구였던 덕에 능인고 동문들은 산을 좋아하는 기백이 남달랐으며 등산부는 최고의 실력을 자랑했다.

강상득(33회·54) 사무처장은 "수도산 시절은 지리적으로 협성고, 대구고, 대건고, 경북공고 등 남학교와 경북여고, 경북예고, 효성여고 등 여학교가 명덕로타리를 중심으로 빙 둘러져 있었다"면서 "우리 학교는 그 중심에 위치하다 보니 우연히 길에서 여학생들을 만날라치면 다른 학교 남학생들과 경쟁적으로 어깨에 힘을 주게 됐다"고 회상했다. 강 사무처장은 학교 주변 분식점에서 갈래머리 여학생들과의 가슴 설레던 데이트도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였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일은 부처님오신날 연등행렬행사 참여. 능인고 동문이라면 누구나 고교시절 의무적으로 세 번 참여하는 연등행렬은 불경을 암송하며 두류산에서 대구 시내를 지나 시민운동장까지 이어지며, 행사가 끝난 뒤 나눠주던 떡과 절밥 맛은 기억의 창고에서 좀체 지워지지 않는 추억이 되고 있다.

◆모교 장학금 지원

능인고 총동창회는 모교장학기금으로 약 3억여원을 적립하고 있다. 향후 장학재단을 설립할 예정이며 매년 중학교 1천200만원, 고등학교 1천80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금 지출은 8인의 장학위원회의 몫이다. 장학금 모금 방식은 기수별 혹은 전체 동문을 대상으로 장학금 기탁을 권유함과 동시에 동문 각자 '1인 1계좌 갖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박 회장은"2년 전부터 모교의 자율형 사립학교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고 운을 뗀 후 "법인과 학교, 총동창회가 모두 원하는 사안이지만 재정적인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모교가 자율형 사립학교로의 전환하는 데 필요한 재원은 약 25억여원으로 현재 절반 정도의 마련됐다.

박 회장은 "개교 70주년을 넘은 고희의 총동창회는 모교가 명문 사학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동문들의 더욱 많은 관심과 후원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모교의 잦은 교육환경 변화가 명문고로서의 위상을 흔들리게 한 측면도 없지 않았고 또한 현재의 지산·범물 지역은 재원들이 빠져나가는 추세여서 총동창회 차원에서 간과할 수만은 없다는 게 총동창회의 입장이다.

◆능인의 교기, 등산부와 씨름부

능인고는 교정에 인공암장을 둘 만큼 등산부가 강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 특히 1991년 창단된 씨름부는 중·고를 통틀어 위상을 높이고 있다. 올해 중학교 씨름부는 대구광역시소년씨름대회 1위를 비롯해 대통령배 씨름대회 단체전 우승 등 성적을 거뒀고, 고등학교 씨름부는 김재원 선수가 제40회 회장기 전국장사씨름대회 개인전 청장급 3위, 제24회 전국시도대항 장사씨름대회 개인전 청장급 3위를 차지했고 김명식 선수는 학산 김성률배 전국장사씨름대회 개인전 경장급 3위를, 황승준 선수는 대통령기 전국장사씨름대회 개인전 장사급에서 3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총동문회는 매년 중학교 씨름부에 300만원, 고등학교 씨름부에 40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학교를 빛낸 동문들

능인고 동문은 직능별로 볼 때 법조계, 의료계 및 공무원 진출이 두드러진다. 전국에 걸쳐 판·검사 및 변호사가 100여 명, 의사는 600여 명, 공무원은 약 2천500여 명에 달한다.

정계 진출 동문은 주호영(34회)'조문환(34회) 국회의원을 비롯해 이재술(37회) 대구시의회 부의장 등이 있으며 법조계는 김찬돈(34회) 대구고법 수석부장판사, 김갑유(37회) 국제상사중재협회 사무총장, 진성철(38회) 대구가정법원장, 정상환(39회) 청주지검 차장검사 등이 있고, 재계엔 김문조(8회) ㈜영남우유 대표, 박기상(14회) ㈜우신건설 대표, 박진환(31회) ㈜신천 대표, 최재원(42회) 모다아울렛 회장 등이 활동하고 있다.

군문엔 이정(32회·준장) 해군대학총장과 박영배(34회)·성상덕(35회) 준장이 있고, 관계엔 이태현(25회) 경주 부시장, 배광식(34회) 수성구 부구청장, 주낙영(35회) 베트남 영사, 정종승(36회)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등과 학계·교육계에 박종규(37회) 서울대 의대 교수, 이재영(39회)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및 신철원(42회) 협성교육재단 이사장 등이 있다.

◆총동창회 연중행사

1월 정기총회 때 한 해의 결산보고와 예산심의 및 사업보고를 하며 5월에 개교기념 행사를 크게 연다. 이때는 동문체육대회도 겸하는데 졸업 30주년이 되는 동기회에서 주관하게 된다. 다른 동창회와 달리 능인고 총동창회는 5월 행사 때 음악회와 사은의 밤, 체육행사를 함께하는 것이 전통이다. 이어 7월에는 청년회 캠프가 열려 기수별 모임을 통해 1박 2일간 우의를 다지게 된다. 10월엔 등행대회와 자연보호 캠페인을 겸하며 11월엔 졸업 20주년을 맞는 동기회가 모교 강당에서 '사은의 밤'을 연다. 올해는 이달 20일 46회가 중심이 돼 사은의 밤을 연다. 이어 12월은 이사회가 열려 다음해 사업과 집행부를 새로 선출한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