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대구 남구 '모과나무 산책길'을 아시나요

입력 2010-11-12 08:09:40

대명배수지 주민들이 가꿔 인기

대구시 남구 대명5동에 있는 대명배수지는 이미 배수지로의 기능을 다해 지금은 폐쇄됐다. 인근 주민들이 이곳에 야외 에어로빅 시설과 체육시설을 만들고 여러 종류의 나무들을 심어 가꾸었는데, 그 중에 모과나무도 50그루 정도가 산책로를 따라 심겨 있다. 대명배수지가 생길 때 심은 것들이니 수령도 최소 30년이다. 가을 모과나무 잎에 단풍이 들 때면 노란 모과들이 향기를 내뿜는다. 마치 모과나무 밭에 온 느낌이다. 주민들은 배수지로 가는 이 길을 '모과나무 길'이라고 부른다.

노랗게 모과가 달린 모습은 낮에도 보기 좋지만 새벽 동틀 무렵이면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아침 햇살이 모과나무의 모과를 비추면 모과의 노란빛과 붉은 햇살이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요즘 같은 가을아침 옅은 안개까지 끼면 마치 작은 무릉도원처럼 보인다. 불과 10여 분의 짧은 신비다. 1년에 겨우 3주 남짓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색채와 몽환적인 신비는 절정에 다다른다.

이른 아침마다 운동을 하러 이곳을 찾는다는 백승만(52·대명5동) 씨는 "아침 운동을 하러 올 때 모과향이 은은하게 나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향이 매우 좋은데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이고, 11월 말이면 낙과가 되기 시작해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많은 모과나무들이 있는데 누군가 몰래 열매를 따가지는 않을까? 전오진(43·대명5동) 씨는 "도시에 이렇게 모과나무가 많은 곳을 개방한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전에는 일부 주민들이 따가기도 했는데 요즘은 별로 없다. 땅에 저절로 떨어진 것도 보통은 그대로 두는데 이런 좋은 향기를 모든 주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봄에 시골에서 완숙 퇴비를 가져와 뿌리는 주민들도 있고, 가을에는 볏짚으로 가지를 덮어 병충해 예방에 힘쓰는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글·사진 조보근 시민기자 gyokf@hanmail.net

멘토: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