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대형마트] ② 신선도 믿을 수 있나
연중 신선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고 광고하고 있는 대형마트. 대기업이 운영한다는 '이름값'이 있는데다, 워낙 많은 물량이 하루에 팔려나가다보니 소비자들은 늘 믿을 수 있는 품질좋은 제품만 판매할 것이라고 믿고 구매하게 된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신선도와 질, 위생상태 등에 있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심지어는 고의적으로 고객을 속이는 비양심적인 영업행태도 곳곳에서 적발되고 있다.
◆유통기한 믿어도 되나요?=지난 3월 주부 배모(45·경북 경산시) 씨는 인근 대형마트에서 찌개용 돼지고기를 샀다가 낭패를 봤다. 4일 구매한 돼지고기를 사흘 동안 냉장보관했다가 7일 요리를 했는데 음식에서 썩은내가 진동을 한 것. 배 씨는 "아무리 제품에 6일로 표기된 유통기한을 하루 넘겼다고는 하지만, 신선한 돼지고기가 냉장보관한 지 고작 사흘 만에 이렇게 냄새가 지독할 정도로 상한 것은 분명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고모(34·여·서구 내당동) 씨 역시 지난해 8월 비슷한 경험을 했다. 11일 낮에 대형 마트에서 구매한 양념 돼지고기를 저녁 반찬으로 요리해 먹었는데 아들이 그걸 먹고 배탈이 난 것. 고 씨는 "처음부터 약간 시큼한 냄새가 나기에, 설마 오늘 샀는데 쉬었을까 하는 생각에 무시하고 그냥 먹었다"고 했다. 고 씨는 "그런데 다음날 낮 다시 냉장고를 여니 쉰 냄새가 진동을 해, 남아있는 고기 봉지를 꺼내 확인해보니 심지어 날짜가 구매한 다음날인 12일로 찍혀있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아들이 배탈이 난 것이 다름아닌 유통기한을 속여 판매한 돼지고기 때문임을 알게됐다"고 분개했다. 남은 고기를 재사용해 다시 포장하는 과정에서 날짜를 착각해 잘못찍으면서 대형마트의 유통기한 조작이 드러난 것.
사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다 남은 식품의 날짜를 바꿔 재포장하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지난해 6월 MBC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불만제로'에서는 대형 마트에 잠입, 전날 갔던 마트에서 팔고 남은 고기와 당일 제품을 섞어 다시 되팔고 있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포장된 제품 역시 유통기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황모(27) 씨는 "지난 5월 대형마트에서 아직 유통기한이 한 달 이상 남은 마른 한치 한 봉지를 구입했는데 뜯어보니 곰팡이가 잔뜩 쓸어있었다"며 "과연 대형마트에서 표기하는 유통기한을 믿어도 되는 건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했다.
◆신선도 믿을 수 있나=장수현(44) 씨는 집에서 5분 거리에 2개의 대형마트가 있지만 신선식품만큼을 절대 마트에서 구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장에 비해 가격은 월등히 비싼데다 품질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씨는 "가시오이 하나를 사도 마트 제품은 가시 부분이 거뭇거뭇하게 변해 수확한 지 오래된 제품인 것이 한눈에 드러난다"며 "물오어징어나 고등어 등 수산물 역시 윤기와 탄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사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대개 대형마트 제품은 일단 신선도에 있어서 믿을 수 있을 것이란 신뢰를 갖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통시장이나 동네슈퍼에 비해 오히려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국에 수십 개 지점을 가진 대형마트의 경우 당일 경매 상품이 일부 공급되는 점포가 있으나 대부분의 점포는 산지 상품을 물류 센터에서 재집계해 다음날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신선도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운데다 산지에서 물류센터 입고까지의 제반 비용(포장·선별·운송)이 추가로 들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
중견 유통업체에서 식품 바이어로 16년간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는 김모(38) 씨는 "대형마트는 공급구조상 전통시장 상인들에 비해 신선한 상품을 공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전날 수확한 제품을 당일 경매에서 받아와 곧장 판매를 하게 되지만, 대형마트는 주문에서 판매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빨라야 2, 3일씩 걸리다보니 채소와 같이 빨리 신선도가 떨어지는 제품은 그만큼 품질에 손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더구나 운송과 포장에 소요되는 제반 비용까지 상품 가격에 고스란히 보태야 하지만 대형마트가 내세운 '저렴한 가격'을 포기할 수는 없다보니 그만큼 상품의 질이 떨어지는 농산물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운영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수요공급의 원칙을 가장 철저하게 따르는 것이 농산물"이라며 "공산품은 대량 구매하면 할인폭이 크지만, 농산물은 대량 구매한다고 깎아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형마트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제품은 당연히 딱 그 가격만큼 수준의 낮은 상품질과 신선도를 가진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과일 당도 표기도 제멋대로=고객들에게 구매에 좀 더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표기해 놓은 과일 당도 표기마저도 못 믿을 정보에 불과하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국내 '빅3' 대형마트에서 공지한 과일당도가 실제와 차이가 있다는 것. 지난달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에 따르면 유명 대형마트 3곳에서 과일 7종을 수거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당도 분석을 의뢰한 결과, 대부분이 실제 당도 표시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A마트는 멜론의 자체기준 당도를 품질관리원의 당도 기준인 7.7 보다 5.3이나 높은 13으로 표시하고 있으나 실제 당도는 8.7에 불과했고, B마트에서 판매되는 귤은 품질관리원의 기준인 9보다 높은 11로 자체 기준을 표시했지만 실제 당도는 8.2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황 의원은 밝혔다.
현재 과일 당도 표시는 품질관리원의 기준만 마련돼 있을 뿐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허위로 표시하더라도 단속할 근거가 없고, 소비자들은 당도를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어 마트 측의 당도 표시만을 믿고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황 의원은 덧붙였다.
황 의원은 "이 같은 허위 당도 표시 행위는 대형마트를 신뢰하고 과일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라며 "일정 규모 이상의 점포에는 당도 표시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단속이 가능토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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