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무계한 G20 경제효과…한달만에 2000배 '뻥튀기'

입력 2010-11-11 09:43:55

'2천667억원→31조2천747억원→450조8천억원?'

11일 개막한 G20 서울정상회의의 경제 효과 전망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정상회의만 잘 치르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가까운 효과를 본다는 장밋빛 전망이 황당무계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같은 기관에서 내놓은 경제 효과 추산치가 불과 한 달 만에 2천 배나 '뻥튀기'된 것은 지나친 부풀리기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은 지난달 7일 G20 정상회의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 효과를 2천667억원으로 추정했다. 세계 20개국 정상들과 장관, 각 국제기구 관계자와 수행원 등 최대 1만5천여 명이 방문해 1인당 346만원씩 총 523억원을 쓴다는 것. 여기에 이들의 지출에 따른 부가가치 446억원과 광고비 절감효과 1천698억원 등을 더했다.

이 같은 경제 효과 전망은 시기와 규모를 가늠하기 힘든 간접 효과가 더해지며 150배 이상 커졌다. 국제무역연구원은 G20 정상회의 개최로 내년부터 31조3천억원의 경제효과를 거두고 이로 인해 16만6천여 명의 고용효과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변하는데 따른 한국 기업의 광고효과가 1조2천390억원에 달하고 수출도 3.9% 증가한다는 것. 이에 따라 수출 이익도 20조1천427억원(173억달러)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가 신뢰도 제고로 해외자금 조달비용 1조4천228억원을 아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소 21조5천억원에서 최대 24조5천억원의 간접 경제 효과를 예상했다. 불과 이틀간 열리는 정상회의 경제효과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 따른 국가 브랜드 홍보 효과 7조원보다 무려 3배나 크고 쏘나타 자동차 100만 대,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165척을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셈이다. 한미 FTA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인 1조원보다도 수십 배나 크다.

추정 경제효과는 '국제공조 성공'을 전제로 수백조원대로 뛰어올랐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이번 서울정상회의로 국제공조에 성공한다면 총 450조원이 넘는 막대한 경제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 GDP(1천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근거는 '가상 시나리오'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지난해와 올해 G20 국제공조가 성공하면서 국내 경제에 419조원을 기여했고, 취업유발효과도 242만 명이나 됐다고 추산했다. 금융위기 당시 국제 공조가 실패했다면 국내 수출 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은 2년 연속(2009~2010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실업률도 5~10% 수준이 됐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의가 성공하면 그만큼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근거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대공황' 같은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으로 전제해 경제 효과를 산출한 뒤, 이를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오버'라는 지적이다. 또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세계인의 잔치가 아닌 20개국 정상들이 불과 이틀간 모이는 회의가 이 같은 파급효과를 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경제 효과 추산에 정답은 없지만 충분히 합리적으로 추산한 규모"라며 "숫자만 주로 기억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충분히 가능한 경제 효과"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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