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만남 유럽 유화+中 산수화

입력 2010-11-11 07:32:54

수성아트피아'맥향화랑 中작가 펑스 전시회

한 남자가 나체로 책을 베고 누워 있다. 그의 표정은 묘한 우수를 띠고 있으며 그 뒤편으로 장대한 산수화의 풍경이 펼쳐진다. 중국 작가 펑스의 대형 작품(220×370㎝) '포서독행'(抱書獨行'사진)이다. 이 그림에는 서양 화풍인 누드와 700년 전 북송시대의 산수화, '선비라면 만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에 밴 중국 전통 사상이 녹아 있다. 동양 사상의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해 중국 전통 회화와 유럽의 양식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것. 이 그림 앞에서 맥향화랑 김태수 대표는 무릎을 쳤다. "12년간 중국을 오가며 수많은 작가와 작품을 봤지만 이런 감동은 처음입니다."

수성아트피아(053-668-1566)와 맥향화랑(053-421-2005)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되는 펑스의 전시회가 9일부터 21일까지 수성아트피아와 맥향화랑에서 열린다.

펑스는 30살의 젊은 작가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놀랍도록 정교하며 폭이 넓다. 중국 최고 권위를 가진 중앙미술아카데미 출신으로 두 차례 대형 미술관 초대전을 거친 실력 있는 작가다. 판화를 전공했고 매일 서예로 필력을 다져온 탓에 표현하는 폭이 넓다. 그는 "전형적인 고전적 유럽 유화 작품의 형식을 지니면서도 동시에 중국 전통 문화의 내재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우수에 젖은 인물, 풍경화, 영모화, 문인화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인간과 자연의 초현실주의적 현상을 능숙하게 표현하는 치밀함을 한눈에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서정성이 깃든 중국 전통의 화법을 충실히 따르되 현대적 감성을 더해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수성아트피아 이미애 큐레이터는 "동양 정신을 유화로 완벽하게 표현해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면서 "작품의 폭 역시 한 작가의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하다"고 말했다. 맥향화랑 김 대표는 "자신의 틀에 박힌 채 발전을 꾀하지 않는 우리나라 화단에 이 젊은 작가를 통해 충격을 던져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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