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테니스 챔프 박옥규씨
박옥규(42'여'대구 북구 복현동) 씨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프리테니스 강자다. 올해 지역대회는 물론 전국대회에서 여러 차례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을 꺾고 시상대 맨 윗자리에 섰다. 평범한 주부였던 박 씨는 프리테니스 입문 3년 만에 전국 챔피언이란 소리를 듣는다.
박 씨는 경기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준 파트너가 잘해 가능했던 성적이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라켓을 들고 코트를 누비는 그녀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당분간은 그의 아성을 무너뜨릴 상대가 없을 것 같아 보인다.
강력한 스매싱, 공을 쫓아가는 발놀림은 그의 주특기다. 올해 대구 북구청장배와 대구시민체육대회 등 지역 대회 여성 복식에서 우승하고, 9월 열린 전국여성스포츠대회 프리테니스 복식에서 정상에 오른 비결도 여기에 있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경기다 보니 체력과 순발력을 기르는 데는 최고죠."
박 씨는 "미리 예측할 수 없이 상대방이 넘기는 공을 받아쳐야 하기 때문에 순간적인 판단력과 순발력은 필수"라며 "상당한 운동량 때문에 1, 2년만 하면 뱃살도 빠져버린다. 공을 주고받는데 힘보다는 기술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여성이 즐기기에 좋은 스포츠"라고 소개했다.
박 씨가 프리테니스와 인연을 맺은 것도 이런 장점들 때문이다. 3년 전 남편 윤상호(47) 씨와 함께 즐길 스포츠를 찾다 우연히 마주한 게 프리테니스였다. 동네 주변을 산책하다 공항교 다리 밑에서 프리테니스를 처음 접했는데 테니스와 탁구를 반반씩 섞은 듯 보인 이 운동이 무척이나 재미있어 보였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남편과 주고받을 수 있어 부부가 함께 즐기기에는 최고의 스포츠로 보였다. 박 씨는 "테니스는 햇빛에 얼굴이 탈까봐 싫었고, 탁구는 밀폐된 공간에서 하는 게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다리 밑 그늘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할 수 있는 운동이어서 처음부터 마음이 동했죠."
넓지 않은 코트에서 물렁물렁한 공을 주고받는데 얼마나 운동이 될까 여겼던 마음은 운동을 시작한 첫날부터 깨졌다. 상대가 친 공을 쫓아다니다 보면 10분도 안 돼 땀이 났고, 힘을 덜 주거나 조금만 많이 주면 상대 코트에 공을 넣지 못했다. 함께 시작한 남편은 코트에 공을 넣지 못한다며 구박을 줬다. 약이 올라 집에서 틈만 나면 스윙연습을 했다. 때론 밥주걱이 라켓 대용이 됐다. 공을 제대로 맞히게 되자 재미가 생겼다. 매일 코트를 찾아 4, 5시간씩 연습을 했다. 2년 정도 친 뒤에는 남편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요즘은 일주일에 한두 번 경기장을 찾는 남편을 압도한다. 스매시, 톱스핀, 슬라이스, 드롭샷, 발리 등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남편을 몰아부치기도 한다.
공을 맞히는데 익숙해지자 파워를 키우기 위해 종종 남성 회원들과 맞붙었다. 처음엔 여자라 우습게보며 봐주다가 박 씨의 매서운 공격에 당황해 하는 남성 회원이 한둘이 아니었다. 일단 랠리가 시작되면 숨 돌릴 틈 없는 공방이 이어진다. 공을 쫓는 박 씨의 모습에 주위 사람들은 "악바리 같다"며 혀를 내두른다.
박 씨가 소속된 파워클럽에는 최상위권 실력자들이 많다. 다른 클럽과 달리 남성 회원이 절반을 차지해 여성회원들의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대구에는 유달리 강자가 많은데, 프리테니스가 대구에서 시작된 덕분이다. 대한프리테니스협회 정한근 회장은 2002년 대구를 중심으로 프리테니스 동호회를 만들어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최근에는 가족 스포츠로 보급되면서 전국적으로 5만 명 정도의 동호인들이 즐기는 생활체육으로 주목받고 있다.
프리테니스는 처음부터 생활체육으로 만들어졌다. 주일 미군 가족이 즐기던 쇼트테니스(노약자를 위한 약식 테니스)에서 힌트를 얻어 일본의 요시다 다다시 등이 경기 규칙을 만들고 프리테니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1977년에는 일본에서 프리테니스대회가 처음 열렸다.
프리테니스를 배우려면 시'도별, 시'군'구별로 결성돼 있는 연합회에 연락, 해당 지역의 프리테니스 교실에 등록하면 된다. 대구에는 중구와 동구, 북구, 수성구, 달서구연합회가 있다. 프리테니스를 할 때는 일반적인 운동복 상하의와 운동화를 착용하면 된다. 라켓은 5만원, 공은 2천원에 구입할 수 있다. 대한프리테니스협회 053)381-7789.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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