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의 샘플 마케팅이 치열하다. 해외여행객 증가로 면세품 이용 소비자들이 증가한데다 온라인 사이트 등을 통해서도 화장품 구매가 손쉬워지면서 사실 백화점의 화장품 판매가 예전만큼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백화점 화장품 판매를 지켜주는 숨은 공신이 하나 있다. 바로 '샘플'이다. 소비자들은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사는 이유 중 하나로 샘플을 꼽을 정도다.
◆샘플의 마케팅 효과
9월까지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상인점의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20%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중심에는 브랜드마다 전략적으로 내놓는 '사은품', 바로 샘플에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SK-II 손지미 숍매니저는 "작은 용량의 샘플을 사용해 본 후 본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샘플은 신규고객 창출에 기여하는 측면이 크다"며 "용량이 작아 원가가 크게 들지 않기 때문에 샘플은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동일한 브랜드인데도 백화점마다 사은품 구성이 다른 경우도 많다. 흔히 9종, 10종이라고 말하는 사은품 구성에 따라 고객이 몰리기 때문에 백화점마다 작은 샘플 하나라도 더 넣으려고 경쟁적으로 노력하는 것.
이런 샘플마케팅에는 해외브랜드보다는 국내브랜드가 더 적극적이다. 브랜드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샘플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정품과 비교해 가격 측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5~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0만원짜리 상품을 산다고 가정하면 1만원어치의 샘플을 더 챙겨가는 셈이다.
화장품업계에서 샘플 나눠주기를 시작한 것은 1946년 '에스티로더' 화장품이 그 시초다. 에스티 여사가 남편의 사업 실패로 부엌에서 만들어 쓰던 크림을 단골 미용실에 가져다 손님들에게 발라주기 시작했고, 이것이 점차 반응을 얻으면서 집에 사람들을 초대해 영업하기 시작한 것이 '샘플'의 기원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샘플 마케팅은 한국 화장품 시장만의 특성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화장품 방문판매나 동네 화장품가게에서 단골들에게 샘플을 넉넉하게 챙겨주는 한국 특유의 문화에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이 적응한 결과인 것. 대백프라자 패션잡화팀 박경희 과장은 "미국·유럽·홍콩 등에서도 샘플을 주는 경우가 있지만 횟수나 규모가 국내에 비해 훨씬 적고, 샘플을 주는 이유도 제품 판촉보다는 신제품 홍보 쪽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현명한 샘플 활용법
화장품 구매 고객에게 주어지는 특권인 샘플. 두둑하게 챙겨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가끔은 묵히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를 막기 위해 제품을 구매했을 때는 우선 샘플을 아까워하지 말고 적극 사용하는 것이 좋다. 샘플은 제품이 피부에 맞는지 안맞는지를 알아보는 테스트 제품이기 때문에 화장품 정품을 사용하기에 앞서 샘플을 먼저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고가의 화장품일수록 샘플을 먼저 써 봐야 한다. 피부와 맞지 않으면 아무리 비싼 화장품이라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화장품 샘플 케이스는 유리, 플라스틱의 용기와 필름 타입(1회용)이 있다. 용기 샘플은 여러 번 사용할 수 장점이 있지만, 필름 샘플은 부피를 적게 차지할 뿐만 아니라 1회의 사용량을 알 수 있어 여러모로 편리하다. 무엇보다 여러 번 사용하는 샘플보다 위생적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필름 샘플의 경우 한번 쓰고 버리기에는 양이 많아 여러 번 나눠 써야 할 경우에는 바늘을 이용하면 좋다. 샘플에 바늘로 구멍을 뚫어 내용물을 조금씩 짜서 사용하면 내용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이 방지되고, 쓰고 남은 샘플의 구멍에 테이프를 붙여 공기와의 접촉을 막아 깨끗하게 보관할 수 있다.
◆샘플의 진실
샘플 화장품을 사용해본 후 정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항간에서는 '정품보다 샘플 화장품에 정성을 들이는 브랜드가 많다'는 소문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낭설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답변이다. 샘플 화장품이 정품보다 좋다면 제조법이 다르다는 것인데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동일한 이름의 제품을 두 가지 방법으로 제조하도록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모든 화장품 샘플은 반드시 정품과 같은 방법으로 제조해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위법이라는 이야기다.
최근 온라인에는 비싼 정품 대신 샘플 화장품만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샘플 화장품은 유통기한이 명확하지 않고 세균오염 등의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샘플 화장품은 원래 판매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적혀 있지 않거나, 소비자들이 알아볼 수 없는 문구로 적힌 경우가 많기 때문. 또 화장품은 직사광선을 피하거나 보관상의 준비가 필요한데 샘플 화장품의 경우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온도 등이 무시돼 유효성분이 깨지기가 쉽다. 특히 병이 아닌 필름지로 돼 있는 제품인 경우에는 산소가 들어가면 변질될 가능성은 더 커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샘플은 정품에 비해 보관용기가 허술한 점을 감안해 신제품 위주로 사용하고 사용 전에는 반드시 귀 뒤쪽이나 팔목 부위에 발라 하루 정도 반응을 살피는 것이 좋다"며 "샘플 화장품을 받은 날짜를 용기에 네임펜으로 쓰거나 스티커를 붙여 표기해두면 오래된 샘플 사용을 조금은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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