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영의 스타 앤 스타]시트콤 '생초리'세 주인공 김동윤, 이영은, 하석진

입력 2010-11-04 14:04:45

전화벨이 울렸다. CJ미디어 이 모 대리가 웃음 띤 목소리로 "기자님, 인터뷰 하나 하시죠"라고 제안을 했다.

이럴 때 기자들은 잠시 망설이기 마련이다.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좌뇌는 '안 그래도 바쁜데'라고 머뭇거리게 하는 반면 창의적인 사고를 중시하는 우뇌는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보는 것 흥미로운데'라고 "YES"를 부추긴다.

이날 기자는 우뇌의 편을 들었다. 뭔가 느낌이 좋아서랄까. "누구와 인터뷰하나요?"

돌아온 답은 tv N이 새롭게 제작하는 시트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생초리'(이하 생초리)의 세 주인공

김동윤(31)'이영은(29)'하석진(29)이란다. 다시 속으로 생각했다. 'YES하길 잘했는 걸?'

#김병욱 PD 새 시트콤 캐스팅 '스타 예약'

무엇보다 '잘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생초리'라는 작품의 매력 때문이다.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 등을 만든 김병욱 PD가 기획하고 그의 사단이라 일컫는 이영철 작가, 김영기'조찬주 PD 등이 제작에 직접 나선다는 점은 이른바 개런티, 즉 보증이 된다고 할 수 있어서다. 특히 이들이 창조해 내는 캐릭터들은 틀림없이 '스타'가 된다는 '샐리의 법칙'이 발생하기에 미리 그들을 만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점쟁이에게 숫자를 언질받은 로또나 마찬가지인 셈. 물론 세상사 1%의 확률에 좌지우지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니 99%의 승률을 자랑하는 '하이킥' 사단에 대한 찬양은 여기서 이만.

'생초리'에서의 세 사람은 각자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로 등장한다. 김동윤은 '짧은 인생 재미있게 살아보자'가 인생 모토인 개인플레이의 매력남 한지민으로, 이영은은 뭐든 어설프고 실수투성이에 잘 속고 잘 넘어져 항상 장난의 대상이 되는 영업부 사원 유은주, 하석진은 월가 출신의 천재 펀드매니저에서 비오는 날 벼락을 맞아 하루아침에 숫자치가 돼 판단력이 흐려져 전전긍긍하는 조민성 역을 연기한다.

이들과의 만남은 가을이 한가운데로 치닫는 10월의 늦은 오후에 있었다. 장소는 서울 광화문의 분위기 좋은 카페. 울긋불긋 물든 나뭇잎이 이 계절을 말해준다 싶었는데, 세 배우를 만나니 이들이 더 '가을답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시종일관 유쾌발랄했지만 그 사이 사이에 내뱉는 진심은 황금들녘의 그것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실했다.

#어려운 캐릭터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

얼마 전 종영한 사극 '동이'에서 동이의 조력자 심운택 역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김동윤은 사실 2003년 데뷔한 중고 신인이다. 그동안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를 비롯해 '두근두근 체인지' 그리고 2007년부터 KBS 1TV 농촌드라마 '산너머 남촌에는'에 출연 중이다. 그는 "감독님이 내가 맡은 한지민이란 역이 제일 어렵다고 하더라"며 술술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해 나갔다. "대사는 코믹하지만 코믹하게 보여서는 안 되고, 상황이 장난스럽지만 장난에 그치지 않고 멋있어야 하는, 한마디로 '매력 덩어리'라야 한다고 하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 많아요. 하지만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은 확실해요.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무조건 잘해보려고요."

그의 말을 들으니 공교롭게 '동이'를 연출한 이병훈 감독의 역작 '대장금'의 한 대사가 떠올랐다. 어린 장금이가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했는데, 왜 홍시냐고 물으시면"이라고 한 부분이 그것. 과연 김동윤이 얼마만큼 '홍시맛' 아니 '매력남'을 표현해 줄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오랜만에 또래 친구들과 연기하게 돼 '기대'

이번 작품의 홍일점이라 할 수 있는 이영은도 데뷔는 2003년 드라마 '요조숙녀'로 했다. 그녀의 출세작은 역시나 KBS 1TV 일일극 '미우나 고우나'. 당시 아주머니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지독하리 만치 자극했던 그녀다.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큰 눈망울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방울은 아직도 이영은을 '미우나 고우나'의 황지영으로 기억하게 하는 매개가 됐다. 물론 그 작품 이후 드라마 '전설의 고향' '산부인과' 영화 '여름, 속삭임' '구세주 2' 등에서 연기를 펼쳤지만 아직 '미우나 고우나'의 그늘은 남겨져 있다. 이 때문에 배우 이영은에게 있어 이번 작품은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한다.

"6, 7년 만에 또래 친구들과 함께 시트콤을 다시 하게 돼 기대가 커요. 특히 엽기 발랄하고 밝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던 차에 기회가 주어져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어요. 대본을 보면 정말 캐릭터 하나 하나가 모두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데요. 그래서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어요.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아요."(웃음)

#트렌디물부터 사극까지 다양한 연기폭 선보여

데뷔는 세 사람 중에 제일 느린 2005년이지만 나이는 이영은과 동갑인 하석진은 첫눈에 '잘생겼다'는 이미지를 풍기는 훈남의 모습으로 그동안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드라마 '슬픈연가'를 시작으로 '밥줘' '행복합니다' '거상 김만덕' 영화 '못 말리는 결혼' '여름, 속삭임' 등 트렌디물부터 사극까지 다양한 연기폭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는 강한 캐릭터에 대한 목마름이 간절했다. 책임감 없는 마마보이나 불우한 격투기 대타 선수가 아닌 자신이 직접 나서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하고 싶었던 것.

하석진은 "그런 부분에서 첫 회 내가 보이는 연기는 제대로 된 '갑'의 모습이라 색다를 것이다. 뭔가 움츠러든 '을'이나 '병'이 아닌 '갑'인 것일 테니 말이다"라며 "하지만 그런 강한 모습은 단 1회에서 끝난다. 그래도 그 1회만큼은 행복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우리 작품은 캐릭터가 팔딱팔딱 살아있는 느낌"이라며 "이 때문에 감독님과 미팅한 후 단 10분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애정을 보였다.

어느 날 갑자기 한적한 시골의 허허벌판 사무소로 발령을 받은 증권사 직원들이 엉뚱한 마을 주민들과 벌이는 유쾌한 코미디를 그리는 '생초리'는 남녀 직원들 간의 사내 연애, 엽기적인 야생 시골녀와 따뜻한 도시남의 사랑 이야기, 여기에 농촌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가 함께 펼쳐진다. 또 등장 인물들의 자아에 대한 재발견과 함께 성장담이 이어져 새로운 느낌의 드라마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세 젊은 배우들의 연기 변신이 주목되는 '생초리'는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tv N 채널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