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량항공기] 우리나라 1호기 등록 김한기 씨

입력 2010-11-04 14:20:11

부부 함께 타고 전국 비행…남다른 취미 생활 만끽

청명한 가을 하늘을 가장 멋지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직접 하늘로 올라가면 된다.

기계제조업 회사를 운영하는 김한기(63'대구 달서구) 대표는 이런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비행기와의 인연은 무려 20년 전, 초'중학교 시절 모형 비행기를 만들면서 비행기에 관심을 가졌다.

김 대표는 "내손으로 비행기를 한번 제작해보고 싶은 게 꿈이었다"고 말했다. 사업을 하면서도 비행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 비행 교육을 하던 대구 달구벌항공을 찾아갔다. 비행기를 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비행기 조종을 배운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때였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 있는 소형 비행기들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문짝도 없는 걸 겨우 손질해서 탈 정도였다"고 회고한다. 비행 동호인들끼리도 "빗자루를 타고 다닌다는 말들을 했다"며 너털웃음을 웃는다.

'비행기를 조종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것은 TV에서 자가용 비행기를 타는 모습을 본 후다. 그길로 달구벌 항공을 찾아가 비행교육을 받았다. 마침내 비행 면허를 획득했다. 내친김에 100시간 넘게 비행훈련을 하고 교관 면허도 따냈다. 요즘 김 대표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남들이 좋아하는 골프 등 다른 취미는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비행기다.

1995년에 마침내 꿈의 비행기를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제 택남(Tec Nam) 기종으로 바꿨다. 우리나라 경량비행기 1호기(HCL001)로 등록했다. 비행기가 비싸지 않느냐는 질문에 "골프 회원권에 비하면 오히려 싼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위험하다고 반대하던 부인 윤순옥(57) 씨도 요즘은 김 대표의 주요 비행 파트너다. 2인승이라 부부가 함께 전국을 비행하면서 남다른 취미를 즐긴다.

김 대표는 요즘 대구와 제천을 번갈아 가면서 산다. 애기(愛機)인 택남 1호기의 격납고가 제천비행장 육군항공대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엔 제천에서 부산, 함안 등을 다녀왔다. 승용차로는 몇 시간이 걸릴 것을 불과 1시간 남짓 만에 다녀왔다.

"비행의 묘미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복잡해도 일단 하늘에 올라가면 내 세상이지요."

이홍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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