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방이야기] 밤

입력 2010-11-04 14:24:23

밤의 당질 위장 기능 강화…땀 많은 태음인에 좋아

추석 때 성묘를 가면 밤송이가 벌어져 밤알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밤송이 가시에 찔리면서 밤을 까던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 요즘은 산에 대단지로 밤나무를 심고 있고, 밤 줍기 체험행사 등도 전국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먹을거리가 귀하던 옛 시절 '밤나무골에 효부 난다'는 말이 있듯 시어른 봉양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푸짐한 밥상을 차려내는 일인데, 가난한 집 며느리는 끼니마다 한숨이 절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밤나무골에 사는 며느리들은 심한 흉년이 아니라면 끼니 걱정이 없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 밤은 "기를 도와주고 장과 위를 보하며 신기(腎氣)를 보해주고 배고프지 않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언제부터 밤나무를 심어왔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약 2천년 전 낙랑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에서 밤이 나왔다고 한다. 한국은 밤 생산량 세계 2위 국가로 충남 공주의 정안 지역은 국내 밤 생산량의 7%를 점유하는 밤 주산지다. 대다수의 나라에서 밤이 군밤용으로 소비되는 것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생산량의 40% 정도가 전통 제례용의 생밤 형태로 소비된다.

예부터 혼례 후 폐백 때 혼주가 신부에게 대추와 밤을 던지는데, 대추는 후손 번성을, 밤은 땅에 묻으면 싹이 나와 꽤 자랄 때까지 밤 껍질이 어린나무 뿌리에 계속 붙어 있다고 하여 근본(조상)을 잊지 않는 나무로 효를 상징한다. 또한 제수용으로 쓰여질 때 밤은 밤송이 속에 밤알이 세 개인데, 이는 삼정승을 의미하는 것으로 후손들이 높은 벼슬에 오를 수 있도록 조상들께 비는 기복적인 의미도 있다. 5월쯤 밤꽃이 필 때 나는 특유한 밤꽃 향기를 꿀벌들이 좋아하는데, 꿀 중에도 밤꿀의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도 비싸 양봉가에서는 바쁜 시기다. 밤은 9, 10월쯤 익으면 수확해 예부터 간식으로 생밤 또는 삶거나 구워 먹었다. 근래에는 과자, 막걸리, 가공식품 등의 재료로 이용되고, 다양한 요리에도 사용되고 있다.

밤은 참나무과에 속한 다년생 밤나무의 열매로 종피를 벗긴 종자를 건조해 사용하는데, 이를 한약재로 건율(乾栗), 황율(黃栗)이라 한다. 한의학적으로 건율(乾栗)의 성질은 평(平)하고 맛은 달면서 약간의 짠 맛이 있다. 건율은 원기를 보하며 비위의 기능을 좋게 하고 강건하게 하여 소화불량, 설사를 치료해 준다. 지혈 효능도 있어 토혈, 코피, 혈변에 사용되기도 했다. 또한 인삼이 체질에 맞지 않아 피부 발진이 생기고, 충혈이 되는 경우에 활용할 수 있다. 어혈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어 근육이나 인대 손상으로 통증이 있으면서 부어오르고 울혈된 경우 건율을 찧어 환부에 붙이면 일정한 효과가 있다. 또한 건율은 맛이 달아서 근육 경련을 가라앉히고 진정 작용을 하며 호흡기를 보하고 기침을 그치게 하는 효능도 있어 만성 기침에 응용하면 도움이 된다. 체질적으로 보면 건율은 체형이 크고 성격이 과묵하며 유난히 땀이 많은 태음인에 좋다.

밤의 딱딱한 껍질을 율각(栗殼)이라고 하는데, 염료로도 사용하고 당뇨병에 의한 갈증을 해소해 준다. 밤나무의 잎은 옻독이나 피부병으로 가려울 때, 습진으로 진물이 날 때 끓인 물로 씻으면 도움이 된다.

약리학적으로 밤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칼슘, 칼륨, 철, 비타민 등이 많이 함유돼 있다. 비타민B는 쌀의 4배나 들어있고, 비타민A, C도 함유하고 있다. 밤에 함유되어 있는 당질은 소화가 잘돼 위장의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비타민C가 많이 들어 있어 술안주로 생밤을 먹으면 알코올을 분해하고 산화시키는데 도움을 줘 숙취 예방에 좋다. 피부미용, 피로회복, 감기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밤에 들어 있는 타닌의 수렴작용으로 피부에 탄력을 줘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한편 밤에는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뚱뚱한 사람이나 평소 변비가 있는 경우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클릭

▶먹는 법

밤알의 껍질(율피)은 타닌 성분이 많기 때문에 속의 노란 속살만 먹으며, 껍질은 버리지 말고 모아 뒀다가 말린 후 얼굴 마사지나 차의 재료로 이용해도 도움이 된다.

▶율피 마사지

율피는 강한 햇빛으로부터 피부세포를 보호하며 미백 효과가 있다. 특히 타닌 성분은 오래된 피지와 각질 제거에 효과가 있다. 기미나 여드름 또는 지성 피부에 말린 율피를 미세한 분말로 만든 뒤 꿀과 계란 흰자위를 배합해 얼굴에 팩을 하면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된다.

▶율피차

율피에는 우리 몸에 좋은 영양소가 풍부한데 항산화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지방질의 산화를 막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피로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음주 후 숙취 해소와 위와 장이 좋지 않아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설사를 하는 경우에 율피차를 자주 음용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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