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섭 지음/작가 펴냄
등단 30년, 박기섭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을 냈다. 이번 시집에서도 시인은 선 굵은 음색으로, 선명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잡아내며 시적 상상력을 펼치고 있다. 그의 시는 자연과 인간, 사람과 실존, 성찰의 세계까지 거침없이, 그러나 조심스럽게 아우른다.
'나는 달의 門下다/ 달은 높이 떠 있으므로/ 차면 기우나니, 따라잡지 못할 강론/ 한 번도 강림한 적 없으되 늘 내 곁에 가득한 달/ 진흙 수레를 끌고 홀로 가는 구만리 장천/ 오직 달빛만이 가르침의 전부인 것/ 물속에 잠겼다고 보는가, 그마저도 중천인 것/ 시장한 초이레 달이 초여드레 달을 위해/ 조금씩 베어 먹던 그늘을 남겨 두느니, 건너간 하늘 길섶에 먹물 장삼 한 벌.' -달의 門下-
박기섭의 시조는 아름답고 깊다. 시인이 의도한 바를 독자가 오롯이 깨닫기는 힘드나 그게 틀렸다고 나무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박기섭의 시조를 배제하고 1980년대 이후 한국 현대시조를 완벽하게 설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는 견고하고 강인한 남성적 사유와 정서를 결합한 풍경을 보여줌으로써 그동안 한국 현대시조가 몰입해온 여성적 정한이나 자연 친화적 정적 세계와 뚜렷이 변별되는 동적 세계를 구축했다"고 평가한다. 136쪽, 8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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