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人이 직지사서 사찰음악회 연 까닭…

입력 2010-11-03 11:06:56

임진왜란 장소 등 본 후 김천 직지사서 '평화콘서트' 직접 열어

2일 김천 직지사를 찾은
2일 김천 직지사를 찾은 '무지카 음악, 교육, 문화연구소' 회원들이 만덕전 부처님 앞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모여라 자 모두 다 이곳에'를 합창하고 있다.

"서로서로 다르지만 그래서 좋아요."(일본 가요)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아침이슬')

2일 밤 신라고찰인 김천 직지사 만덕전에서 아주 특별한 산사음악회가 열렸다. 산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목탁·독경소리 대신 기타와 하모니카, 합창소리가 울려 퍼진 것.

이날 음악회는 사찰에서 마련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찾은 일본 문화탐방 방문단인 '일본 무지카 음악, 교육, 문화 연구소' 회원들이 주선했다. 사찰 측은 장소만 제공했다. 초청된 일본·국내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고 방문단원 40여 명과 비구·비구니 스님 및 신도·주민 등 100여 명이 한마음으로 음악회를 즐겼다.

이날 음악회를 연 문화탐방단은 일본 유치원 및 초중등 교사, 대학교수, 작가 등 지식인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전쟁 등으로 아픔을 겪은 지역을 방문해 문화 유적을 탐방하고 평화 콘서트를 열고 있다. 그동안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중국 난징대학살 현장 등을 방문했으며, 한국 방문은 이번이 7번째다.

특히 지난달 30일 국내에 들어와 홍성에서 청산리 전투의 영웅인 김좌진 장군의 업적을 듣고 다음날에는 일본 문화·역사에 큰 영향을 준 부여·공주 문화유적지 등을 탐방했다. 1일에는 조선 말 유학자이자 의병장인 최익현 선생 생가를 찾았고 대구에서는 임진왜란 때 귀화한 김충선 장군을 기리는 사당과 약령·서문시장 등을 탐방한 후 이날 직지사에서 음악회를 열었다.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오노데라 씨는 "전쟁의 상흔이 있는 지역을 방문하고 아픈 상처를 되새기고 있다"면서 "이웃인 한국과 일본이 미래를 위해서 함께 손을 잡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산사음악회는 초청가수인 재일교포 가수 이정미 씨의 선창으로 야요이(彌生·일본 선사시대 BC200~AD300년) 시대 유적 보존을 위해 만들어진 '모여라 자 모두 다 이곳에'와 '아침이슬'을 일본 탐방단과 스님·신도 등 참석자들이 합창하며 음악회를 마쳤다.

직지사 장명 총무국장 스님은 "품격있는 음악회를 수행의 요람에서 갖게 된 것도 뜻 깊지만 음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민족과 언어를 넘어 평화를 기원하면서 한마음이 되는 특별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김천·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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