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나눠 버려야 해요"…외국인 자율방범대 떴다

입력 2010-11-03 11:09:54

대구 성서지역 외국인근로자들 도와줘

2일 오후 외국인 주민 자율방범대원인 인도네시아 출신 누르 아지스 씨와 알리 아자드 씨 등이 내국인 자율방범대와 함께 대구 달서구 이곡동 주택가를 순찰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et.co.kr
2일 오후 외국인 주민 자율방범대원인 인도네시아 출신 누르 아지스 씨와 알리 아자드 씨 등이 내국인 자율방범대와 함께 대구 달서구 이곡동 주택가를 순찰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et.co.kr

"인도네시아에 있을 때도 동네 방범 순찰을 했어요. 한국에 오니 '자율방범대'라는 게 있네요. 외국인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해줘서 더 좋아요."

2일 오후 7시 대구 달서구 이곡동 골목길. 인도네시아 출신 누르 아지스(35) 씨는 자율방범대에 섞여 매서운 눈초리로 동네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누르 씨는 "이곡동에만 5년 살았다. 내 집을 내가 지키듯이 동네를 순찰할 수 있어 뿌듯하다. 이곳이 내 고향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다국적 자율방범대가 대구 성서지역에서 탄생했다. 9일 성서지역에 출범하는 '외국인 자율방범대' 는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업무 숙지를 위해 2일부터 현장 순찰을 시작했다.

자율방범대원인 인도네시아 출신 누르 아지스 씨와 알리 아자드(22) 씨, 파키스탄 출신 라자 아미르 이크발(30) 씨에게 이곡동은 '눈감고도 어디가 어딘지 아는' 곳이었다.

적게는 5년, 많게는 10년 이상 한국에 머문 이들이 자율방범대원으로 나선 것은 국내법에 취약한 신참내기 외국인근로자들을 돕기 위해서다.

라자 씨는 "성서에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오토바이를 모국에서 타던 방식으로 몰다가 경찰에 많이 적발되는 곳"이라며 "특히 한국어에 익숙지 않아 오해를 사기도 해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율방범대는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3개국 출신 21명이 참여했다. 무역업자, 식당 사장, 근로자 등 직종도 다양하다. 모두 무슬림 국가 출신이라는 것과 동네에 살면서 봉사활동에 참여해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가득한 이들이다.

외국인들이 자율방범대로 흡수된 것은 외국인근로자가 많은 달서구의 특성 때문. 특히 죽전동, 이곡동, 신당동이 이들의 주무대다. 3개 동에는 3천361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살고 있다. 달서구 전체 등록 외국인 7천271명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이들의 주임무는 순찰을 비롯해 통역을 중점적으로 맡게 된다.

김동섭 이곡동 자율방범대장은 "말이 안 통해서 '쓰레기 불법 투기'와 같은 불법 행위에 대해 알려줄 방법이 없어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는데 외국인 자율방범대가 도와주면 한결 편해질 것 같다"며 "상대 외국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돼 웃는 얼굴로 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율방범대를 구상한 달서구청도 기대가 크다.

곽대훈 달서구청장은 "주민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잖았는데 우리 이웃인 외국인들이 동네를 순찰하면서 치안도 확보하고, 지역사회 참여의식을 높이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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