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대구 투자자 뒤늦게 '우르르'

입력 2010-11-03 09:53:50

코스피 1,900선 넘자 주식거래량 급증

직장인 최모(36) 씨는 최근 코스피지수가 1900선 밑으로 떨어지자마자 화학 관련주를 샀다. 2년 전 주식투자로 2천만원을 날린 뒤 주식 쪽은 쳐다보지도 않던 그였지만 최근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을 고쳐먹은 것. 최 씨는 "오랫동안 박스권에서 헤매던 증시가 갑자기 치고 올라가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지금이라도 투자해야 늦지 않겠다는 생각에 다시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증시에 뛰어드는 지역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투자 시기를 두고 저울질만 거듭하던 지역 투자자들이 코스피지수가 1900선 위로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자 앞다퉈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 그러나 종목별 차등화가 심한데다 환율 상승, 실적 감소 등 악재들이 여전해 섣부른 투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민 주식 거래량 크게 늘어

한국거래소 대구사무소에 따르면 대구경북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량은 7억5천100만 주로 9월 6억7천만 주에 비해 12.0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평균 거래량 증가율이 11.15%에 비해 0.94%포인트 높다.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량은 9월에 비해 26.67% 증가했고,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의 거래량도 3.13% 많아졌다. 거래대금도 크게 늘었다. 10월 지역투자자들의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5조7천248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27.29% 늘어났다. 이는 전체 시장 거래대금 상승률인 22.3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23.60% 증가해 전체 시장의 19.76%보다 3.84%p 높았고, 코스닥시장도 전체시장 거래대금 증가율(32.87%)보다 5.20%p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시장은 각각 0.54%와 6.84% 상승했다. 지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거래한 종목은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하이닉스와 대한전선, 남선알미늄 등의 순이었고, 코스닥시장에서는 CT&T와 미주제강, 하이쎌 등의 거래량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주식 직접 투자에 뛰어드는 지역민들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는 이유로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꼽고 있다. 주가가 오를 때까지 기회만 엿보며 기다리고 있다가 막상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넘자 부랴부랴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것. 특히 지난달에는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시중 자금이 몰려든 점도 이유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역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모한 디케이락과 인화정공의 경우 주간증권사의 대구지점에만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양극화 시장…신중한 접근 필요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증시는 개미들이 사기엔 부담스러운 대형 우량주가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는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수출기업이 입는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어 신중하게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현기 신한금융투자 대구지점장은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자금들이 지수 상승을 타고 증시로 들어오고 있다"며 "그러나 시가총액이 크거나 주가가 30만원을 넘는 종목들만 상승세를 주도할 뿐 종목별 차별화가 극심하고 원화 강세로 인한 채산성 악화도 나타나고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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