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 희망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고들 한다.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자녀에게까지 이전되는 부(富)의 대물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을 통한 계층상승의 가능성도 점차 줄면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옛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이처럼 희망의 사다리가 사라지는 현상은 경제계에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창업에서부터 소기업-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글로벌기업으로 커가는 성장 경로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삼성, 현대, LG, SK와 같은 지난날의 한국 기업들의 성장 신화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정부와 대기업그룹의 힘을 빌리지 않고 창업을 통해 자력으로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는 한두 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한 미국 등 선진국들과는 달리 상위 대기업그룹을 구성하는 기업들의 면모에도 그다지 큰 변화가 없을 뿐더러 우리 산업의 허리에 해당하는 종업원 300~1천 명 미만의 중견기업 수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과 같이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를 흔히 볼 수 있고,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인 중국에서도 썬텍파워나 화웨이와 같은 자수성가형의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 경제계에 퍼져있는 동맥경화 현상을 해소하고 희망의 사다리를 다시금 세우기 위해서는 이른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과 '스몰 자이언츠'(small giants)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정책적 노력과 기업문화가 하루빨리 뿌리내려야 한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제안한'히든 챔피언'이나, 여기에다 일본의 장수기업 개념을 더한'스몰 자이언츠'는 규모는 작지만 틈새시장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른 일등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경제에 히든 챔피언과 스몰 자이언츠가 많이 태어나고 자라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는 초우량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진입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규제완화와 금융, 세제 지원 등의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은 중소, 중견기업을 경쟁자가 아니라 지속성장을 위한 동반자로 인식하고 상호협력과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때마침'공정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정부의'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추진되고 있고, 대기업들도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한 방안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참으로 고무적이다.
그러나 히든 챔피언이나 스몰 자이언츠의 육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소 중견기업들이 외부 환경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창의와 혁신의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고 독보적인 기술력과 핵심역량을 갖춰야 할 것이다.
현재 대구지역에서는 이미'스타기업'과 '1천억클럽'등 히든 챔피언과 스몰 자이언츠 육성을 위한 지원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성장 엔진을 갖추고 경쟁력 있는 산업기반을 구축해야 할 지역 경제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이들 기업이 기술지원, 경영컨설팅, 금융 면에서의 지원혜택을 통해 외형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히든 챔피언과 스몰 자이언츠라는 이름에 걸맞은 보다 선진화된 인사 및 경영 시스템을 스스로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 분야의 챔피언이 되고 사자가 초원의 왕좌를 차지하기까지는 힘든 역경을 극복하고 힘과 기량을 갈고닦아야 하듯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우량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줄 아는 지혜와 저력이 요구된다.
하춘수(대구은행장)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