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칼럼-지방도 잘 살 수 있다(27)] 대경권 산업발전청을 설립하자

입력 2010-11-02 08:04:56

왜 수도권에는 첨단기술의 신산업들이 몰려 있는데, 지방에는 중소기업도 잘 안 되는가? 원인 규명부터 제대로 해야, 올바른 정책이 세워지지 않을까.

1960년대 울산'포항'창원'구미와 같은 대규모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대한민국의 산업화가 점화되었다. 또한 신발'섬유가 수출산업화하면서 부산'대구와 같은 지방 대도시에 중소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중국이 개방되고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요소투입형(노동'자본)에서 기술집약형으로 바뀌면서, 산업의 주도권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옮겨갔다. 고급인력과 R&D(연구'개발)기반이 있는 수도권이 첨단산업을 일으키기에 최적의 입지였던 것이다.

특히 21세기 지식기반시대를 맞이하여 우리 정부의 산업정책도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에 중점을 두어 왔다. 참여정부는 디스플레이'차세대반도체 등 IT중심의 10대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에 중점을 두었고, MB정부는 녹색산업'첨단융합산업'고부가가치의 서비스산업까지로 범위를 확대하여, 17개의 신산업을 성장동력화하는 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신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 세계적 수준의 R&D기관(대학'국책연구기관) 그리고 대기업, 이렇게 3위1체가 갖추어져야만 한다. 외국의 경우는 중소벤처기업들이 신산업육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만, 대기업중심 경제인 우리의 기업풍토에서는 적용되기가 어려운 모델이다. 2010년 현재 17개 신산업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산업유형에 따라 50~7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최근에는 충청권이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호남의 신산업은 R&D 기능 없이 대기업의 생산공장들만 산재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산업을 지역별로 크게 종합해보면, 수도권과 충청권의 신산업, 지방산업도시의 장치형 대기업(자동차'조선'철강'기계), 지방도시의 중소기업, 이렇게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문제는 신산업과 대기업체들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애로에 직면하면서 지방도시의 경제가 침체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정부는 나름대로 지방중소기업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1996년에는 중소기업 전담기관인 중소기업청을 설립하여 매년 2조원에 상당하는 예산을 투입해 보호'지원하고 있다. 또한 신산업이 산업정책의 중심이 된 2000년대에는 지방중소기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시키기 위해 전략산업'선도산업이란 이름으로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아울러 지자체도 '기업하기 좋은 도시'의 슬로건 하에 기업 유치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렇게 많은 기관이 지방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투입을 하고 있건만, 지방중소기업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돈은 돈대로 쓰고, 기업은 기업대로 어렵고,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고달플 따름이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본질을 파고 들어가야 한다. 한마디로 정부정책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지방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해 왔는지, 지방에 '산업지원기관' 육성 정책을 해 왔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제 지방기업정책을 확 바꾸어야한다. 1990년대 영국도 오늘날 우리나라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었는데, 문제해결을 위해 획기적인 종합처방을 시행했다. 지방에 소재한 기업관련 모든 정부기관, 심지어는 지방소재 환경청'노동청까지도 전부 통폐합하여, '지방발전청'(Government Office of Region)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중앙정부 내에는 부총리 산하에 지방발전조정기구를 만들어서 중장기계획 수립 등 제반 지방산업 관련정책들을 총괄토록 하였다.

우리도 광역경제권 단위로 지방소재 모든 기업지원기관들을 통폐합하여 가칭 '지방산업발전청'을 만들자. 그리고 중앙정부에는 기획과 예산기능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지방산업 발전을 총괄토록 해보자. 1960, 70년대 경제개발을 위해 우리가 한 것처럼, 앞으로 10년 정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지방산업 문제를 다룬다면, 우리의 지방중소기업도 독일이나 일본 같이 세계적 수준의 첨단 부품소재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대구경북의 보통시민들이 더 이상 지방을 탈출해서 수도권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기 전에, 하루 빨리 '대경권 산업발전청'을 만들어 새 출발 해야겠다.

대구경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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