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일 부터 원서접수…고교진학 체크 포인트
자율형 사립고 원서 접수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3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신 성적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는 자율형 사립고를 선택하느냐, 내신 성적을 상대적으로 잘 받을 수 있는 일반계 고교에 지원하느냐의 갈림길에 섰기 때문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지원하고자 하는 고교의 교과·비교과 관련 프로그램과 창의적 체험활동 준비 상황, 동아리 등 특별활동 활성화 정도 등을 꼼꼼하게 살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자율형 사립고가 변화하는 대입 제도에서 어떤 강점을 지니고 있는지, 또 상대적 내신 불리, 높은 교육비 등 자율형 사립고 선택과 관련해 오해를 낳고 있는 사항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대학입시 패러다임 변화와 자사고
올해 들어 2009년 개정 교육과정과 대학입시의 선진화를 위한 각종 변화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교육과정평가원에서 발표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개선 방안', 8월 16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표한 '2014년 이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방안' 등은 현재의 입시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결국 내신과 수능의 영향력이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계성고 김용익 교사는 "'대학별 고사'와 '입학사정관제'가 대학 입시의 양대 축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교육과정 운영과 다양한 체험활동 등을 운영할 수 있는 자율형 사립고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현재 대부분의 서울 주요 대학들이 수시 모집을 확대하면서 대학별 고사와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점도 자율형 사립고에 거는 기대를 키우는 대목이다. 이우룡 경신고 교사는 "이런 대입 패러다임의 변화를 감안하면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확보한 자율형 사립고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사고는 내신에서 불리하다?
자사고 지원을 고심하는 학생, 학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은 상위 30% 이내의 학생들만 모집하는 데 따른 내신의 불리함이다. 실제로 과학고, 외국어고 등의 경우만 봐도 상위권 학생들이 모인 집단에서 좋은 내신 성적을 받기는 결코 쉽지 않다. 자칫하면 중학교 때와 비교해 석차가 급격히 떨어져 공부에 대한 흥미나 자신감을 잃을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자사고 입학 담당자들은 대입 제도 변화 추세에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현재 내신 체제에서도 특목고와 전국 단위 모집 자사고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이유는 내신 중심 전형과 내신 실질 반영비율이 그만큼 낮기 때문이라는 것. 게다가 정시모집에서도 수능 우선 선발이 확대되기 때문에 내신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대건고 이대희 교사는 "특히 현재 중학교 2학년생부터는 내신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고, 초등학교 6학년생부터는 학점제로 전환하므로 장기적으로 내신은 지원 자격기준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학생, 학부모들이 일반고를 선택하든, 자사고를 선택하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기준은 가고자 하는 고교가 학생 개개인의 진로에 맞는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편성하는가, 소질과 적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용하는가, 대학별 고사와 입학사정관제에 제대로 대비하는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자사고는 교육비가 비싸다?
자사고는 광역 단위 모집의 경우 일반고 납부금(연간 110만~150만원)의 3배, 전국 단위 모집의 경우 5배에 이른다. 납부금 자체만 놓고 보면 상당히 부담스런 수준이다. 여기에 방과후학교 수강료, 저녁 특강비 등을 포함하면 적어도 월 60만원 이상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자사고 관계자들은 납부금만 더 낼 뿐 기타 교육활동비는 일반고와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사교육 수요를 학교에서 상당 부분 해소해 주기 때문에 사교육비는 오히려 일반고에 비해 훨씬 적게 들 것이므로 전체적인 교육비 부담은 우려하는 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학생,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사고들의 방과후학교 수업 내용, 특강, 독자적인 특성화 프로그램 등의 내용과 수준, 운영 방법 등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고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사교육 수요를 해소해 줄 만큼 수준 높게 또는 개인 맞춤식으로 진행되는지 등을 학교 측에 확인해 본 뒤 사교육비 부담을 과연 얼마나 줄여줄지 따져봐야 한다. 4개 자사고는 교육과정 운영에서부터 대입 진학지도 방법까지 조금씩 차이가 나므로 지원 여부를 고민하는 고교에는 적극적으로 문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일여고 김정생 교사는 "현명한 고교 선택을 위해 해당 고교의 입시설명회에 참석해 자세한 정보를 듣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자사고는 귀족학교?
자사고는 입학 정원의 20%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뽑고 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경우 일반계 고등학교의 3배 정도에 해당하는 자사고 납입금을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납입금 이외에 급식비나 방과후학교 수업비의 일부 등도 교육청 차원(교육지원청, 지방자치단체, 학교에서 분담지원)에서 지원하게 된다. 또한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 대해서는 다양한 장학제도가 있으므로 본인이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경제적인 어려움을 크게 덜 수 있다. 자사고 관계자들은 "귀족학교가 아니라 개천에서 용을 만들어 내는 학교"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사고, 어떻게 뽑나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6월 30일 대구의 계성고 외에 경신고, 경일여고, 대건고 등 4개교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50개의 자율형 사립고를 지정했다. 이에 따라 이들 고교는 올해 중3부터 신입생을 선발한다.
대구지역 4개 자사고는 다음달 2일부터 4일까지 원서를 접수해 17일 공개 추첨을 통해 입학자를 가린다. 중학교 내신성적 석차백분율이 30% 이내여야 지원할 수 있다. 동점자가 있을 경우 교과-출결-봉사 순으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한다. 입학 정원의 20%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차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선발해 학비는 물론 급식비, 방과후학교 수강료, 수익자 부담 경비까지 지원한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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