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배경 진골목·약령시 다양한 체험행사·골목투어
"내가 대구시로 나왔을 때 살던 집을 다른 셋방 집과 구별하기 위해 우리 식구는 그 너른 집을 말할 때 '마당 깊은 집'이라 불렀다."
소설 '마당 깊은 집'의 배경이 된 진골목과 약령시 일대가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30일 '소른 골목, 깊은 마당, 너른 하늘'을 제목으로 제2회 '마당 깊은 집 축제'가 열린 것. 각종 체험 행사에서부터 골목투어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시민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이날 오후 1시 대구 중구 남성로 약령시 전시관 앞. 누군가 "뻥이요"라고 외치자 곧 '뻥'하는 소리가 울려 펴졌다. 자욱한 연기와 함께 구수한 냄새가 콧속으로 파고들었다. 옛 대구 읍성 사진이 전시된 '대구 읍성 풍경전' 앞에서는 시민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옛 추억에 빠져들었다.
김성룡(62·중구 대신동) 씨는 "사진을 보니 어릴 적 놀던 그 모습이 생각난다"며 "전시가 끝나기 전에 담아두고 싶다"며 카메라 셔터를 연거푸 눌렀다.
약령시 전시관 주변에서는 젊은 예술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길거리 예술시장'에서부터 '추억의 목각놀이기구 만들기'까지 각종 행사들이 이어졌다. 뉴질랜드에서 온 엘리자벳(40·여) 씨는 "한 장소에 옛 전통 놀이와 문화 등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것이 너무 신선하다"고 말했다.
오후 2시를 넘어서자 축제의 메인행사인 '길남이·길중이와 함께 떠나는 마당 깊은 집 투어'가 시작됐다. '마당 깊은 집'의 김원일 작가와 건축 전문가가 골목 곳곳을 돌며 시민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첫 번째 건축물은 대구시 유형문화재 제30호인 옛 제일교회였다. 시민들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교회를 둘러봤다. 제일교회 맞은편에 위치한 교남YMCA건물로 자리를 옮기자 누군가 "이곳은 약령시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고 설명했다. 박은희(27·여) 씨는 "이렇게 오래된 곳인지 몰랐다"며 "내부를 예술가의 작품으로 꾸며놨던데 좋은 관광상품이 될 것 같다"고 감탄했다.
오후 2시 30분 대구화교협회 건물에는 10여 명의 학생들이 축제 행사의 하나인 '도심 RPG 2010'을 즐기고 있었다. 도심공간에서의 놀이와 투어를 결합한 것으로 대구에서 열린 국제게임박람회 'e-FUN 2010'과 연계됐다.
게임에 참가한 정주연(19·여) 양은 "골목투어는 따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게임과 함께하니 재미난 이야기도 듣고 몰랐던 장소도 알게돼 아주 재미있다"며 웃었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우리 주변에 남아있는 모든 것들이 하나의 좋은 관광상품"이라며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고 느낄 수 있는 축제를 계속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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