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위터] 후원금 교사징계 지역 교육계의 판단을

입력 2010-10-30 07:50:23

정치문제로 교육현장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교사 징계 때문이다. 대구와 경상북도 교육청은 일부 교사들이 법으로 금하고 있는 정당에 가입, 활동했기 때문에 징계를 해야겠다는 것이고, 해당 교사들은 정당에 후원금을 냈을 뿐이며 징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징계는 중앙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 안타깝다.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것이 우리 지역 교육계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외부의 힘에 너무 영향을 받는 것 같아서 그렇다.

이 문제는 대구경북 나름의 판단과 방법으로 풀어갔으면 좋겠다. 그게 뭘까? 내가 겪은 두 가지 에피소드에서 힌트를 얻는다.

#1.유신체제 때다. 겁 없이 반항하던 학생들은 물론 가족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자식의 '불경' 때문에 아버지들은 공직에서 잘렸다. 면장을 하던 선배의 아버지도, 경찰을 하던 친구의 아버지도 날벼락을 맞았다.

민주화 운동의 대열 끝에 엉거주춤 따라다니던 나도 그런 일로 속을 썩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경북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나의 아버지는 자리를 보전했다. 용케도 자식의 일로 쫓겨나지 않았다. 교장, 교육장을 지내고 도교육청 초등교육국장으로 은퇴할 때까지 교육현장을 지켰다.

며칠 전, 병석에 계신 아버지께 그때 쫓겨나지 않았던 까닭을 여쭈어 보았다. 아버지 말씀은 경북 '교육가족'의 힘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경북 교육가족의 선, 후배들이 속 썩이는 아들 때문에 곤경에 처해 있는 아버지를 감쌌다고 한다. 권력의 외압을 막아주었던 경북 교육가족의 따뜻한 사랑 때문에 아버지는 선생으로서 명예롭게 일하셨고, 그 임금으로 나는 학교를 마쳤다.

#2.군대를 다녀온 후, 나는 우리 지역 한 방송사의 기자 모집시험에 합격했다. 그런데 유신체제의 속을 썩인 나의 '과거'가 문제가 되었다. 좌절 직전, 김관용 현 경북지사의 장인이며, 국회의원을 지냈던 고(故) 김대진 사장이 전격 채용을 지시했다. "생각의 차이를 떠나서 고향에서 이 아이를 따뜻하게 품어야지 풍찬노숙하게 하면 우리가 부끄러워진다. 이것이 경북의 마음이며 유가(儒家)의 정신이다." 그 어른의 '햇볕정책' 덕분에 나는 방송사에 들어가 행복한 젊은 날의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평생의 은혜를 입은 경북 '교육가족'의 마음이나, 김대진 사장의 '경북 유가의 정신'이란 우리 식으로 하자면 '정'(情)이고, 서양식으로 하자면 '똘레랑스'(寬容)다. 진보-보수, 좌-우를 넘어서는 그런 문화의 흐름이 대구경북의 정신에 있다. 그것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이다. 가치의 차이를 넘어 따뜻하게 감싸고 베푸는 대범한 마음이 대구경북의 정신세계에 있다.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권력의 세계가 만들어놓은 이분법적, 대결적 사고는 대구경북의 성정과 맞지 않다.

대구경북 교육계의 문제는 권력에 휘둘리지 말고 교육가족 자신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풀기 바란다. 먼저 대구시, 경북도 교육감이 지역교육계의 민선수장으로서 당당한 자세를 보였으면 좋겠다. 옛 반가(班家)의 어른들은 다 그렇게 했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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