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감에서 대구경북을 '보수 꼴통'이라고 지칭한 야당 정치인들은 보수 진보 양쪽의 나쁜 면을 모두 묶어 공격한 셈이다.
보수 꼴통. 한 마디로 무식하면서도 변함없이 욕심만 많다는 이야기 아닌가? 무식함은 한국 진보의 약점이요 변하지 않는 욕심은 한국 보수의 약점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콤비네이션이다. 좋은 뜻에서 한 말이라고 하더라도 듣는 사람들로서는 상처가 크다. 보수 꼴통 도시라는 말한 마디로 진보층, 젊은층, 야당, 호남인들의 적이 되어 버리는, 이른바 가장 고약한 시대적 코드 아닌가.
그렇다면 정말 대구경북 사람들, 이른바 'TK들'은 어떠한 사람들인가? 다음 다섯 가지를 동시에 조사해 보라고 하고 싶다. (1) TK 스스로 보는 TK, (2) 타지 사람들이 보는 TK, (3) TK들이 짐작하는 타지인들이 보는 TK, (4) 타지인들이 짐작하는 TK의 인상, (5) TK들이 타지인들에게 기대하는 바람직한 TK의 인상 등이다. 확실한 것은 이 다섯 가지 이미지의 일치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TK들과 타지인들 간의 인식적 괴리가 심하다는 이야기다.
타지인들이 보는 TK에는 부정적인 면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18년 박정희 정권 개발 독재의 진원지로만 낙인찍힌 도시. 경제적으로 낙후되면서 예술·문화적으로 별로 내세울 것이 없는 도시. 오로지 자기 정권 창출만을 눈 빠지게 기다리는 도시. 지금 우리 시대가 추구하고 있는 국제화, 정보화, 지식산업화, 문화화, 녹색성장화과는 멀어진 도시 등이다.
반면 TK들은 누가 무어라 해도 역사적, 정치적, 문화적인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이다. 대구만 해도 2·28 기념탑과 이상화 시인의 마돈나 하나 만으로도 보수 꼴통이라는 오명을 벗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인식적 괴리는 앞으로도 TK인들을 괴롭힐 것 같다. 이번 보수 꼴통 발언의 근원도 여기에서 온다고 본다.
이 괴리의 저변에는 TK들의 "근거 없는 우월 의식"과 타지인들의 "필요 없는 경계 의식"이 작용한다고 본다. 많은 TK들은 정치적 자괴감과 경제적 피폐함을 토로한다. 대구경북 미래의 막막함을 걱정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타지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아직도 동정심보다는 경계심이 더 강하다. TK들에 대한 인상은 무척 강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왠지 TK들의 우월의식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보수 꼴통 발언은 TK의 약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강함에서 오는 경계심과 반발감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TK나 TK 출신을 제외하고는 TK들을 보수 꼴통의 상징쯤으로, 그래서 희망이 없고 배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번 야당인사들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기대하면서 TK들의 부드럽고 유머러스한 여유를 기대한다. 나아가 보수 꼴통이란 한 마디에 민감하게 부르르 떨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구가 도리어 '좌빨'일때가 더 많았다고 설명해 주는 여유를 기대한다. 고향을 떠난 TK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고향만 생각하면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한정호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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