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더미 위에 걸어 놓은 솥에서 푹 고은 소머리국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천 식당에 70년 지기 할아버지 동창 3총사가 만났다.
"국밥 한 그릇 얼마니껴"라며 걸쭉한 농을 던지며 손을 맞잡은 채 들어섰다. 주인공은 심상호(83·1회), 신상대(78·6회), 신두현(76·8회) 할아버지. 후배이자 손자·손녀인 자식들 운동회에 응원 왔다가 만나 옛 추억의 보따리를 한 아름 풀어냈다.
"70여 년 전 학교는 초가였지. 학생이 한 300여 명 됐나. 여학생은 10여 명에 불과했지. 남녀칠세부동석이라 여학생과 말도 섞지 못했제. 이웃 처자와도 말 안했으니까." 삼총사 중 맏형인 심상호 할아버지가 먼저 추억을 끄집어냈다.
이어 신상대 할아버지는 "옛날에는 먹을 게 없어 굶기도 일쑤였고 칡뿌리, 소나무 껍질로 연명했던 어려운 시절이었어"라며 과거의 아픈 역사를 회고했다.
막내 격인 신두현 할아버지는 "당시 학교 교장 선생은 일본사람이었제. 송진이나 목화를 일본으로 공출하느라 고생했제. 요즘처럼 운동회도 없었고 기껏 소풍이라야 인근 솔밭에서 보물찾기 하는 게 다였제"라며 말을 이었다.
할아버지 3총사는 국밥 한 그릇에 자식, 손자·손녀 자랑 등 이야기꽃을 듬뿍 담아냈다. "자 한잔 받게"라며 오랜만에 만나 한잔 술로 회포를 푸는 할아버지 삼총사의 얼굴이 저물어가는 가을 황혼에 붉게 물들어갔다.
전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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