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네 슈퍼 20년…정 듬뿍 수입 줄어도 떠날 생각 없어요"
"한자리에서 20여 년간 장사를 하다 보니, 누구네 집 손자인지, 뭘 사러 왔는지, 얼마치 살 것인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젊은 시절 가구회사를 그만두고 대구 달서구 월성주공 3단지 상가에서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손보헌(53), 유연자(50) 씨 부부를 찾았다.
한자리에서 20여 년 동안 장사를 하다 보니, 주민들 집의 숟가락이 몇 개인지, 오늘은 누구네 집 칠순 생일인지를 알 정도로 정이 들었다고. 복날이면 삼계탕을 끓여오고 생일잔치나 경사가 있으면 꼭 음식을 싸들고 오는 손님도 있다. 때론 자기의 속상한 일들을 막걸리 한잔 술로 털어 놓기도 한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는 돈 버는 재미로 밤낮없이 일을 해도 피곤한 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대형 마트에 밀려 예전만큼 일하는 재미가 없이 그저 밥 먹고 살 정도일 뿐이라고 한다. 그래도 이 일을 천직으로 해온 결과 단칸짜리 월세 살림이 지금은 아들, 딸 대학까지 교육시키고, 비 피할 집이라도 한 칸 마련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이 행복하단다.
매주 토요일이면 노인정에 들러 점심 봉사를 하고 젊은 시절 꿈이었던 국악의 꿈을 찾아 주 3회씩 국악 공부를 하고 있다. 그 결과 2008년에는 사단법인 판소리보존회가 주최한 전국 대회에서 토속 민요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고, 올해 1월엔 무형문화재 57호 경기민요 전수 자격증을 받았다.
이제 자녀들 결혼 잘 시키고 그동안 일하느라 못 해봤던 전국 일주나 하면서 남은 생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는 두 부부의 해맑은 얼굴 속에서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동네 아저씨'의 모습이 투영된다.
글·사진 배효도 시민기자 amysg@hanmail.net
멘토: 한상갑기자 arira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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