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사] 김상화 백산그룹 회장

입력 2010-10-29 07:27:03

"인조피혁, 복사기 드럼, 극세사, 세계 1등 제품 자부"

1천만60㎡(320만평)에 걸쳐 펼쳐진 시화공단. 이 가운데 손꼽을 정도의 규모를 갖고 있는 백산그룹 생산 단지를 찾았다. 회장실을 들어선 순간, 규모에 걸맞지 않은 소박함이 느껴졌다. 가구들은 최소 10년 이상 된 듯 보였고, 구석에 서 있는 에어컨은 원래의 흰색을 잃은 채 옥색에 가까웠다.

작업복 차림의 김상화(70) 백산그룹 회장이 회장실 문 앞까지 나와 반갑게 맞았다. 또렷한 눈빛과 힘찬 말투에서 고희의 나이가 믿겨지지 않은 에너지가 넘쳤다. 이어진 대화에서 그의 에너지는 '세계 1등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다.

"세계 시장이 글로벌화 돼 하나로 통합됐습니다. 이런 시장에서 일류가 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고 그러려면 세계 시장을 커버할 수 있는 기업 규모·생산기술·시설의 현지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세계를 선도하고 시장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변화와 창조로 오리진(Origin)을 만들어 앞장서 나가야 합니다."

실제로 백산그룹은 3개의 주력 회사에서 모두 세계 1등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룹의 모태 격인 ㈜백산은 인조피혁을 만들고 있는데 세계 곳곳에서 유명 메이커 운동화는 모두 백산의 질 좋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복사기 드럼 제조사인 백산OPC의 경우 기술을 전수받은 일본을 앞질렀다. 부단한 연구개발의 결과다. 생활 섬유의 주재료인 부직포를 만드는 백산닌텍스도 극세사 생산 라인 한 곳에 무려 5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 세계 1등 제품 생산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이다.

"세계 1등 제품을 생산하지 않을 거라면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말라"는 김 회장은 "국내 제조업 한 회사당 세계 일류 상품 1개를 생산해 낸다면 국가 경쟁력 1위는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사내 복지 문제도 일류라는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백산의 직원들은 우선 입사 때 일체의 신원보증을 하지 않는다. 경리부서도 예외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단 한 건의 금전사고도 없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택구입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일부는 무이자로, 나머지는 시중은행 절반의 이자로 대출한다. 직원 자녀들의 중·고교 교육비는 전액 지원하고 대학은 차등 지원한다. 따라서 직원 자녀 가운데 백산장학금을 받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이 밖에 노령 부모를 모실 경우 회사 차원에서 수당을 지급하고, 매월 가족 수당을 통해 출산을 장려하기도 한다. 전 직원 아침·점심·저녁 3식 무료 급식과 간식은 기본이다. 천직으로 알던 군 생활을 정리하고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가졌던 공백 기간 동안 간절했던 '일하고 싶은 심정'을 잘 알기에 퇴직 후 65세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정년을 연장하기도 했다.

"복지문제는 백산의 목표인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저는 하청·협력 업체와 계약할 때 반드시 상대방의 이익을 먼저 물어봅니다. 손해를 보면서도 백산을 위해 일하고 돕는다는 것은 거짓말이죠. 따라서 상대방 이득 없는 자신의 이익은 절대로 오래가지 못합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여서 직원들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은 항상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생활·산업 섬유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부직포 생산 라인을 설명하면서 대구의 섬유 산업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아직도 섬유산업 하고 있느냐'는 지적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 대구입니다. 하지만 섬유산업의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최첨단 염색, 극세사 가공, 친환경적 자연섬유 등 신기술이 도입된 새로운 기능의 섬유에 투자하고 집중화해야 합니다."

김 회장은 성주에서 태어나 월남초교, 성주 중·고를 졸업했다. 이후 군 생활(육군 소령 예편)을 거쳐 서울대 최고 산업전략 과정을 수료한 그는 올해 포브스지가 선정한 글로벌 CEO 3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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