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Why?]기억의 고집 (The persistence of memory)

입력 2010-10-28 14:09:04

초현실주의 화가로 꿈속 형상과 기억들을 기괴한 그림으로 묘사

작 가 명 :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제 목 : 기억의 고집 (The persistence of memory)

연 도 : 1931년

크 기 : 24.0x33.0cm

재 료 : Oil on Canvas

소 장 처 : 뉴욕현대미술관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기발한 아이디어와 역발상이 괴짜 천재의 상상력을 뛰어넘어 새로운 창조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요즘 독창성은 예술분야에 국한된 지엽적 의미에서 산업과 사회를 바꾸는 광의적 의미로 확대되고 있다. 꿈속에서 보았던 형상들이나 기억들이 현실화되고, 막연한 상상 속의 한계는 새로운 창조로 이어지고 있다.

시대별로 역사를 되돌아보면 미술은 여러 가지 의미와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세기 초현실주의가 가지는 전위적인 의미는 그 어느 미술양식보다 파격적이며 혁신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그 중 가장 독창적인 초현실주의 화가이며 자기 스스로 천재라고 칭했던 스페인 출신 살바도르 달리가 가지는 미술사적 의미는 가히 절대적이라고 본다. 자신의 삶 그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그는 현대예술의 혁명적 전환점이었던 초현실주의 운동을 시각언어로 구체화시킨 대표적인 화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 초현실주의 거장 앙드레 부르통과의 불화로 초현실주의 그룹에서 제명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하지만 "나는 초현실주의 자체이니까 아무도 나를 쫓아내지 못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김으로써 또 한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의 초현실주의는 자신이 이미 천재로 태어났다는 자각에서부터 늘 시작되고 있다.

은 초현실주의 그룹이 뉴욕에서 전시할 때 처음 소개된 작품으로, 달리는 이 전시를 통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의 배경은 카탈루냐 지방의 카다크 해안을 묘사하고 있는데, 석양에 빛나는 해안의 독특한 암석과 모래, 바다 그리고 푸른 하늘이 사실감을 더해 준다. 하지만 앙상한 나뭇가지와 각진 모서리, 감은 눈을 연상시키는 바닥의 신체 일부, 녹아 흘러내리는 시계들은 낯설고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그리고 왼쪽 아래에 놓인 주황색 회중시계에는 개미 떼가 몰려있어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를 더해준다.

이 작품은 무더운 한여름 벤치에서 점심을 먹던 중 더운 날씨에 물렁해지고 녹아내린 치즈를 보며 영감을 얻었다는 설과 그의 유일한 연인이었던 갈라의 초대를 뿌리치고 저녁에 작업실에서 홀로 이 그림을 그렸다는 설이 있다. 아무튼 괴상하고 때로는 근심스러운 사물들로 가득 찬 이 삐걱거리는 세상의 묘사를 통해 달리는 내면세계에 대해 끝없는 자문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미술품의 의문과 해석은 작가가 아닌 관객의 몫이라는 것을 달리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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