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건 지음/생각과 느낌 펴냄
▨나의 오배자나무/전영건 지음/생각과 느낌 펴냄
산에 오르다 비탈에 선 오배자나무/ 잎새에 시선 머물다.// 손바닥만한 잎사귀를 여러 개로 잘라/ 집에 짓고 봉해버린 벌레집들이/ 울퉁불퉁 너덜너덜하다.//…철공소 드릴링 머신의 톱니에 씹힌 살갗을 기운 자리가/너덜너덜했던 그날 저녁 손가락 끝에서/ 경광등처럼 간극으로 내 몸의 우주, 신경을/ 끝없이 점멸하던 통증.//…. (시 '나의 오배자나무' 중에서)
산길을 오르다 화자인 나의 시선을 잡은 것은 오배자나무의 벌레 먹은 잎이다. 그 구멍 사이로 순간 드릴링 머신의 톱니에 씹힌 자신의 손이 오버랩된다. 뼈저린 아픔과 고통의 지난날들이 그 손에 아로새겨져 있다. 가을 산의 단풍이 아름다운 것도 그에 상응하는 고통과 상처가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인 전영건은 오배자나무를 통해 자신의 기억과 상처, 치유를 드러내고 있다.
'나의 오배자나무'에는 총 5부로 나눠진 65편의 시가 들어있다. 특유의 정서적 울림과 반향으로 우리가 땅 밟고 산다는 의미를 새삼 느끼게 한다. 그는 목마름이 있었다고 말한다. 여러 해 동안 서재에 갇혀 시에 대한 고픔에 시달렸다. 늦은 나이로 야간부 고교에 입학했지만 시에 대한 절절한 사랑으로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이제 '나의 오배자나무'를 시작으로 푸른 봉분 같은 열망을 이루지 않을까 싶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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