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의 관심은 지구촌 개발과 환경문제

입력 2010-10-25 10:57:38

경북고 주축 제1회 모의 유엔 총회…9개교 50명 참가 토론·결의안 채택

24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경북고등학교 영어교과실. 학생 20여 명이 모여 앉아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이들의 대화가 학교 공부 등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 파괴 및 기후 변화 방지를 위한 세계적인 지속가능한 개발 모색의 필요성'이 주제였다는 점.

대화 방식은 더욱 독특했다. 의장단 팻말 앞에 앉은 학생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뉴질랜드 대사님께서 수정안에 대해 찬성 발언을 하셨습니다. 이의 있으십니까? 네. 남아프리카 대사님께 2분간 발언권을 드리겠습니다." 한 학생이 일어나 말을 이어갔다. "파트너십을 강조하셨는데 친환경 기술은 각국이 따로 개발하도록 한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개발도상국에 대해 선진국의 기술 지원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학생들의 이날 대화는 경북고 정치경제토론동아리가 주축이 돼 연 모의 UN대회 '제1회 HADMUN(Highschoolers' Association of Daegu Model United Nations) 2010' 총회 풍경이다. 토론 경험을 쌓고 다양한 주제를 다뤄 생각의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행사의 취지. 23일부터 이틀간 지역 9개 고교 학생 50여 명은 UN의 각국 대사 역할을 맡아 해당 국가 입장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결의안을 만들어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역을 맡아 총회에 참석한 윤유진(덕원고 2년) 양은 "개발과 환경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개도국 쪽에서 고민할 것이 더 많을 것 같아 남아공을 택했는데 남아공 관련 자료를 찾기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첫날엔 좀 떨었지만 이틀째 되니 자연스럽게 토론이 진행돼 재미있었다"고 했다.

총회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6대4 비율로 국제 공동 기금을 조성하고 이 기금으로 개도국 산업 연구 설비를 지원하자는 등의 결의안을 의결했다. '지구상의 여러 블록 경제 체제 하에서 관내 국가들과 역외 국가들 간의 국제적 협력 방안 모색'을 의제로 한 경제사회이사회는 역외국가를 중심으로 3년마다 세계 무역박람회를 개최해 경제 교역 및 문화 교류 활성화 기반을 마련한다고 결의했다. '사형제도의 존속 및 폐지 논의'가 있었던 인권이사회는 사형제 존속 국가의 사형 판결 항목을 제한해 사형제를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한편 오심 방지를 위해 국제사형집행위원회 설치 등을 결의했다.

이번 대회를 기획한 이상혁(경북고 2년) 군은 "수도권 위주의 기존 모의 UN대회는 참가비를 받고 영어로 진행돼 일부 특목고 학생들만을 위한 행사로 전락했다"며 "참가비 없이 우리끼리 해보자고 시작했는데 행사가 잘 마무리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이 군을 비롯한 경북고 이상협, 이지환, 이승은 군과 유미정(대구여고 2년), 한나영(수성고 2년) 학생이 행사 준비에 참여했다. 대회를 지도한 경북고 이홍도 교사는 "학생들 스스로 대회를 꾸려나갈 수 있을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해냈다"며 "앞으로도 이 대회가 꾸준히 열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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