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시작됐던 올해의 국정감사도 오늘로 끝이 난다. 국감은 원론적으로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대표적인 기능으로서, 국정의 공정 집행 여부를 감사하는 국회의 고유 권한이자 의무이다. 그러나 이번 국감은 그 어느 해보다 '조용했었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뚜렷하게 부각된 쟁점도 없었고 의원들의 준비도 부족했으며, 여기에 피감(被監) 기관들의 무성의까지 보태져 이른바 '3무(無)'에 빠졌다는 것이다.
시작 당시 이번 국감에 임하는 여야의 각오와 결의는 자못 비장했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친서민 정책'을 국민의 눈높이로 집중 점검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으며, 이에 뒤질세라 민주당도 "서민과 민생을 위한 복지예산 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이처럼 야심 찼던 여야의 다짐은 각 당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원심분리(遠心分離)되고, '4대강'과 '천안함' 등과 같이 국민들에겐 이미 식상한 주제에 덮여버렸다.
대형 이슈가 없는 국감장에서는 태생적으로 스타가 되기를 갈망하는 국회의원들의 독설(毒舌)이 난무하는 법이다. 이달 14일 오전 대구·경북교육청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3차례나 대통령 후보를 지냈던 재선의 권영길 의원(민노당)과 오랜 시민운동 끝에 비례대표로 등원한 초선의 김상희 의원(민주당)이 지역 교육행정의 수뇌부를 도열시켜 놓고 "대구경북은 보수꼴통의 도시"라고 장엄하게(?) 선언했다.
그 후 당사자들은 "대구경북이 근대 역사교육에 소홀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권영길)이고, "대구에 올 때마다 슬프고 안타까워서" 했던 발언(김상희)이라고 애써 둘러대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대구경북이라는 정치적 공간(political space)이 자신의 소속 정당에는 불모지나 다름없다는 인식에 기반을 둔 불만 때문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호불호(好不好)가 있겠지만, 이들에겐 민주사회에서 의견의 다양성과 지방의 가치에 대한 학습이 새삼 필요해 보인다.
정치 스펙트럼(spectrum)에서 보수와 진보는 새의 양 날개와 같다고 하지 않았던가. 사정이 이러함에도 일부 극단의 우리 정치인들은 정치적 노선이 다른 상대를 서로 '꼴통'이다 '빨갱이'다 하면서 쏘아붙이는 놀음에 젖어 있는 듯하다. 국민들은 이런 언술에 역겨움을 느낀다. 우리 사회에서 대립과 갈등을 통합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소임(所任)이 아닌가? 우리 정치사에서 망국적인 지역주의가 정치인들의 입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윤순갑 교수(경북대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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