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영의 스타 앤 스타] 열정으로 똘똘 뭉친 배우 추자현

입력 2010-10-21 14:00:05

영화 선택 첫 기준은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

참는 것에 있어 우리 국민만큼 잘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반만년 역사동안 내리 참아왔던 백의민족 아니던가. 그런데 배우 추자현을 보면 이런 정통성이 확 깨지는 느낌이다. 자신 안의 에너지를 마구 분출해내는 데 있어 아마도 충무로에서 둘째가라 하면 서러워할 연기자이기 때문이다.

영화 '사생결단'에서는 마약에 중독된 여인 지영 역을 실감나게 연기해내 그해 대종상을 거머쥐었다. '미인도'에서 역시 신윤복(김규리 분)의 사랑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팜므파탈 기녀 설화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 영화 '실종'에서는 살인마에게 납치된 동생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현정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고르게 이끌어낸 '실력파' 배우다.

#배우에게 장르'등급은 문제되지 않아

이 세 작품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19세 이상의 성인들이 볼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에 그녀가 선택한 작품인 '참을 수 없는'(21일 개봉) 역시 같은 등급의 영화다. 그녀는 네 작품 연속 19세 이상의 관객들을 위한 영화를 선택했다. 혹시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아니요. 전혀 이유는 없어요. 그렇게 나열하니까 공통점이 있을 뿐이에요. 배우 추자현에게 있어 장르나 등급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다만 한 가지 저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욕구'에요. 평범한 연기를 하기보다 저만의 색깔, 또 저에게 숨겨진 또 다른 모습을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것에 매력을 느껴요. 그래서 이번 영화도 하게 됐습니다."

#영화 '참을 수 없는' 평범한 30대 싱글 열연

영화 '참을 수 없는'에서 추자현은 32세의 출판사 직원 지흔 역을 맡았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지흔의 우여곡절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싱글이라는 이유로 잘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는 것을 시작으로, 7년이나 사귄 남자 친구와 헤어져 홧김과 술김에 사고를 저질러 유치장 신세에 빈털터리가 된다. 결국 지흔은 단짝친구 경린(한수연 분)의 신혼집에 얹혀 살며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대략적인 줄거리만 보면 지금까지 추자현이 선택한 캐릭터들과는 정반대의 인물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지흔은 평범한 느낌이다. 강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지흔이란 인물에 대해 추자현은 어떤 매력을 느꼈을까. 또 무슨 기운을 불어넣었을까.

"제가 벌써 서른둘이에요. 30대에 접어들고 나니까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지흔을 만나게 된 것이죠. 아마 20대 때 지흔을 연기했다면 많이 부족했을지도 몰라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30대만의 느낌을 알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는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30대만의 느낌 표현하려 디테일 신경 써

그래서일까. 그녀는 이번 영화를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의 나이에 있는 여성들이 꼭 봤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무래도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고 그녀는 추천했다. "개인적으로 우리 영화를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 내 또래의 여성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여자 주인공들의 심리와 상황에 대해 많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또 서른이라는 나이가 굉장히 예쁘고 아름다울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영화가 주는 짧은 시간을 통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인터뷰 내내 그녀는 수없이 기자와 눈을 마주쳤다. 어떤 때는 한동안 서로의 눈을 꽤 오랫동안 바라봤다. 그녀의 눈을 보는 순간 스쳐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 어떤 것보다도 훌륭한 표현은 '말'이 아닌 '눈'으로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고 보니 추자현은 '눈'으로 자신의 삶을 연기로 전하고 있는 듯 보였다.

"저는 열정적인 배우를 꿈꾸고 있어요. 제 연기에 열정이 묻어나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느꼈거든요. 또 그런 일이 연기자가 관객들에게 해야 하는 의무이고 또 약속이란 생각이 들어요."

#제일 참을 수 없는 일은 '후회하는 것'

흘려서 들으면 마치 전장에 나가는 전사의 결연한 '출사표' 같은 말이지만 그만큼 추자현의 연기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쯤 되니 마지막으로 이 질문만은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제목에서처럼 "인생에 있어 '참을 수 없는' 순간은 언제인가"가 궁금했다.

"모든 일에 있어 후회하는 것이 제일 싫고, 참을 수가 없어요. 제 스스로 과하게 의욕이나 열정이 넘쳐 그게 다소 세고 독하게 보일 때가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그런 모습이 두려워 간혹 최선을 다하지 못한 제 자신을 보게 돼 후회하게 되면 그 상황을 참지 못해요. 그래서 어떤 일에 빠지면 정말 열심히 해요.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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