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농업CEO] 조용학'김갑남 부부

입력 2010-10-21 14:00:43

"취미생활로 여긴다면 꿈 접으세요"

"남들이 보기엔 성공한 귀향인처럼 보일지 몰라도 아직은 서툰 농사꾼입니다."

상주 화동면 선교리의 조용학(52)'김갑남(51) 씨 부부. 11년 전에 힘든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고향마을에 정착했다. 마을 앞 솔밭단지 문중산의 빈터를 빌려 황토집을 지었다. 부부는 마을 이름을 따서 '신의터농원'이란 문패를 달았다. "도시 사람들은 걸핏하면 '고향에 가서 농사나 지어야지'라고 하지만 농사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부부는 "농사를 죽기살기식으로 지어야겠다는 생각 없이 취미생활로만 여긴다면 귀농'귀향의 꿈은 완전히 접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남편 조 씨는 젊은 시절 수원서 중장비 일을 했다. 그 기술로 사우디아라비아도 몇 년간 다녀 왔다. 이국 땅에서 땀흘려 번 목돈을 자금으로 중장비 사업을 시작해 한동안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갑자기 불어닥친 외환위기(IMF)의 여파를 넘지 못해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결국 안주인 김 씨가 집 밖으로 나섰다. 바비큐집, 야식집 등 다양한 장사를 시작했지만 고생만 했을 뿐 수중에 남는 게 별로 없었다. 도시생활을 청산해야 할 상황이었고, 전셋집을 처분해 빚을 갚고 나니 수중에 남은 것은 단돈 2천만원뿐이었다. 부부는 고심끝에 낙향을 결심했고 1999년 2월 고향으로 내려왔다. 막상 고향에 정착했지만 농사일이 처음이라 남들은 쉽게 하는 논농사조차도 막막했다. 면지역 전체가 전국에서도 유명한 팔음산 포도 생산지라 2천480㎡(750평)를 빌려 포도농사를 시작했다.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철저한 친환경 농사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답을 얻었다. 부부는 독실한 가톨릭신자로 먹는 것만은 양심적으로 생산하고 싶었다. 그래서 친환경 농사법을 배우기위해 전국의 논밭과 강의 현장을 부지런히 다녔다. 부부의 오랜 노력은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무농약 포도' 생산으로 결실을 맺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점차 주문이 늘었고,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에서도 단골 손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안주인은 소문난 살림꾼이자 발효음식 전문가이기도 하다. 신의터농원 마당에는 반질반질한 200여 개의 장독이 있다. 장독 속에는 100% 우리콩에다 전통방식으로 만든 간장'된장'고추장 등 건강기능식품이 익어가고 있다.

귀향 11년째의 부부는 성공이라는 단어를 이젠 쓸 수 있지 않을까. 안주인 김 씨는 "늘 고향이 그리웠다. 평생동안 마음에 품었던 일을 하면서 살아서 요즘은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홍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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