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방이야기] 당귀

입력 2010-10-21 14:07:05

끓여 마시면 몸에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해 차로 즐기기도

산행을 하다보면 산골짜기에서 은은하면서 기분 좋은 한약 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다름 아닌 당귀(當歸)란 식물로 천궁(川芎)과 더불어 방향성이 강하다. 동네 한의원에 들어가면 친근한 한약냄새를 맡게 되는데 이 냄새의 정체가 바로 당귀다. 그 향기가 얼마나 좋았던지 옛 선조들은 당귀뿌리를 달인 물에 목욕을 하면 몸이 향기로워진다고 하여 섣달 그믐밤에 목욕을 하고, 깨끗한 몸으로 설날 아침에 조상께 차례를 올렸다 한다.

예로부터 당귀를 차로 끓여 마시면 몸에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고 해서 당귀차를 즐기기도 했다. 봄에 어린 순을 나물로 식용하기도 하고, 술을 담가 약용주로 복용해 왔다. 민간에서는 당귀와 인삼을 넣어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해 먹거나, 고기나 채소 등을 먹을 때 당귀 잎으로 쌈을 싸서 먹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두 종류의 당귀를 약재로 사용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국내에서 자생하는 당귀라 하여 토당귀(土當歸) 또는 독성이 강한 개당귀와 구분하고 참당귀, 승검초로 불리며 약 90% 정도가 생산된다.

그리고 참당귀와 같이 약용으로 사용되는 흰색 꽃이 피는 당귀는 일본 북부에서 자생되는 것으로 일당귀(日當歸)라 불리는데 국내에서 10% 정도 생산된다. 토당귀는 보혈작용보다는 피를 원활히 순환하게 해주는 활혈작용이 강하고, 일당귀는 피가 부족할 때 피를 생성해주는 보혈작용이 있다.

당귀는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곳곳의 산골짜기나 냇가 주변에서 자라지만 산촌의 약초 농가에서는 약으로 쓰기 위해 직접 재배한다. 인삼이 기를 보하는 약재라면 당귀는 혈을 보하는 대표적인 약재이다.

당귀란 이름은 피가 부족한 곳에 피를 만들고(生血), 피가 막힌 곳에 피를 조화롭게 (和血) 하고, 피를 돌게(行血)해 각각 돌아가야 할 곳으로 합당하게 돌려보낸다는 뜻으로 지어졌다 한다. 한의학적으로 당귀의 성질은 따뜻하며, 맛은 달면서 쓰고 맵다. 당귀의 따뜻한 성질은 기혈을 잘 소통시키며 단맛은 보를 하고, 매운 맛은 기혈을 흩어버리며, 쓴 맛은 기혈을 아래로 내려주는 작용이 있다. 혈을 보하고 혈액순환을 조화롭게 하는 보혈활혈, 기를 잘 흐르게 하는 행기, 부녀의 생리를 순조롭게 하여 통증을 멎게 하는 조경지통 및 장이 건조하여 통변을 못하는 변비를 치료하는 윤조활장의 효능이 있다. 그래서 당귀는 기혈순환을 잘 시키지만 특히 혈병(血病)에 요약이 되어 자궁의 생리기능을 조화롭게 하는데 우수한 효과가 있어 부인과 질환에 다용하는 약재다.

그러므로 당귀는 자궁을 수축시키고 여성호르몬의 생성 및 분비를 촉진하여 부녀의 생리불순, 생리통, 생리불통, 출산 전후의 여러 가지 질환 및 갱년기 장애 등 자궁증상에 광범위하게 응용할 수 있다. 또한 혈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빈혈'두통' 어지럼증'피로'변비 등에도 다용되며 수족냉증에도 응용된다. 그리고 외과에 있어서는 종기의 농을 배출시키고 새 살을 돋게 하며, 타박상과 염좌 등으로 조직이 붓고 아픈 것을 치료하는 작용도 있다.

*클릭

▶당귀차 끓이는 법

당귀차 10g(1포)을 다시백에 넣은 뒤 물 1ℓ를 부어 끓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은근하게 달인다. 물이 뿌옇게 우러나면 건더기는 건져내고 물만 따라낸다. 꿀을 타서 먹으면 좋다. 하루 2, 3 잔 정도 마시는 게 적당하고 너무 진하게 많이 마시면 설사를 할 수도 있다. 생리통이 있을 경우 생리가 시작되기 전 약 1주일 전부터 시작할 때까지 복용하면 유용하다. 각종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친 직장인'수험생의 경우 뇌를 자극하여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켜 준다. 아랫배가 차며 손발이 찬 경우에도 좋다.

▶당귀 세욕

당귀 40g 정도를 면포에 싸서 욕조의 따뜻한 물에 담근 뒤 편안한 상태로 목욕을 하면 된다. 당귀 세욕을 하면 혈액순환에 좋게 해 갱년기 장애 등 부인병에 좋다. 건성피부를 가진 사람은 피부에 윤기가 흐르게 하고 미백효과도 있다. 또한 당귀물로 세수를 하면 건조한 피부가 촉촉해지고 매끄러워져 화장이 잘 받는다.

▶주의할 점

당귀가 각종 부인병 등 여성에게 아무리 좋다 할지라도 증상과 체질에 맞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당귀는 대변을 묽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장이 좋지 않아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사용을 금해야 한다. 또한 자궁을 수축하는 작용이 강하기 때문에 임신 중에 많은 양을 사용한다면 유산의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 한의사회 부회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