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세일기간이 되면 쇼핑객들은 할인행사에 열광하지만, 백화점들은 보너스 상품권 무료증정 행사로 톡톡한 재미를 봅니다. 구매금액 10만원 단위로 1만원 상품권을 주는 식입니다. 20만원어치를 사면 2만원, 100만원어치를 사면 10만원짜리 상품권을 주는 방식으로, 실제 결과적으로는 10% 할인과 다름없지만 그래도 소비자는 할인보다 상품권 증정을 더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백화점 입장에서는 할인과 상품권 증정 가운데 어떤 방식이 더 이익이 클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품권이 백화점으로서는 더욱 입맛 당기는 마케팅 방식입니다. 대충 생각해도 백화점이 10% 할인행사를 벌이면 100만원짜리 물건을 90만원에 팔게 되므로 10만원을 깎아 주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반대로 상품권을 주면 110만원짜리를 10만원 할인해 주는 것과 같아서 9.1% 정도의 할인율이 되고, 10만원 상품권의 원가를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10만원보다는 적게 깎아 주는 셈이 됩니다. 또 할인해준 현금 10만원은 어디에 지출을 할지 모르지만 상품권 10만원은 다시 머지않아 백화점에서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소비자는 상품권 수령 조건을 맞추기 위해 계획에 없던 물건까지 사는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됩니다. 7만원어치를 샀다면 3만원어치를 더 사서 1만원짜리 상품권을 받으려고 하고, 15만원어치를 샀다면 5만원어치를 더 사서 2만원짜리 상품권을 받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지출될 현금보다 공짜로 얻게 될 상품권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또 공짜로 받은 상품권을 쓰려면 추가로 지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작 1만~2만원짜리 상품권만 가지고는 살 만한 물건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다못해 1천~2천원이라도 더 보태야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는 경우가 많고, 또한 상품권이 공돈이라는 생각에 추가 지출이 더 쉬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백화점이 이런 마케팅에 성공하려면 그럴 리야 물론 없겠지만 무료 증정 상품권이 고액이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공짜 상품권은 우리 일상에 널리 깔려 있습니다. 작은 공돈이 더 큰 지출을 만들어 내는 경우입니다. 봉급 생활자들이 미리 낸 세금을 돌려받는 소득공제 환급금이 그런 예입니다. 더 낸 세금을 돌려주는 것이므로 합리적으로 보면 분명 공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음의 회계장부에는 공돈이라 기록되어 환급금은 손쉬운 지출로 이어지고, 환급금 이상의 지출을 하기도 합니다. 휴가 보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십만원의 휴가 보너스가 없었으면 아예 집에서 실속 있게 휴가를 보냈을 사람이 몇 푼의 휴가 보너스 때문에 휴가를 계획하고 보너스 이상의 휴가비를 지출하게 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우리는 지출에 있어서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마음의 회계장부나 구매 충동을 하지 않는 합리적인 소비생활이 되도록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정상만(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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