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세발자전거와 거북이

입력 2010-10-16 07:04:42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는 이솝 우화에 나온다. 토끼는 거북이가 느리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경주 중간에 뜀박질하다 맛있는 단잠을 자는 반면, 거북이는 쉼없이 달려서 이긴다는 내용이다. 즉 토끼는 우승이라는 경기 결과만을 생각했을 것이고, 거북이는 승리에 이르는 과정을 중요시했다고 볼 수 있다.

또 토끼와 거북이 우화는 승자와 패자로 이분화되는 식의 '제로-섬'(zero-sum) 혹은 '레드 오션'(red ocean) 같은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는 이런 현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윈-윈'(win-win)이나 '난-제로-섬'(non-zero-sum), '블루 오션'(blue ocean) 같은 상생(相生)의 길도 있다. 상생의 길은 서로 협조하고, 인내하고,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구시가 최근 낙동강 취수원 이전 문제를 두고 인근 구미 지역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을 지켜보노라면 대구시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이런 상생의 마음이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취수원 이전의 필요성과 배경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물 문제처럼 민감한 정책의 추진 과정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미 대구는 과거 부산경남의 반대로 위천국가단지 조성 사업이 세월만 허송한 채 무산되는 것을 지켜봤다. 신공항 건설도 부산의 반대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처럼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관련된 정책은 관련 지자체의 협조 없이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음에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 간 '물 문제'는 민감하다. 그럼에도 구미의 관련 기관'단체'주민 등 이해 당사자들에 대한 이해나 설득 작업 등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필수적인 갈등 해소 대책이 너무 부족했다. 대구의 논리나 정부 지원만 앞세워 토끼처럼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앞서 과정과 절차의 중요성을 너무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밀양 신공항 건설을 위해 대구경북민 모두 똘똘 뭉쳐도 힘이 부칠 판에 대구와 인근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은 백해무익할 뿐이다. 넘어지지 않는 세발자전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생을 위해서는 귀찮지만 계속 밟아야만(고민해야만) 넘어지지 않는 두발자전거를 타는 대구시 공직사회를 기대한다. 게다가 구미 출신인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우리가 남이가'라며 상생하자고 '호형호제'했던 김범일 대구시장이 아니던가.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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