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초대석] 분당 보선 출마 시사한 강재섭 前 한나라 대표

입력 2010-10-16 07:55:30

대선 킹메이커役으로 정계복귀 준비중?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는 요즘 경기도 분당의 자택 인근 텃밭에 나가 '배추농사'로 소일하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당대표직을 물러난 그는 2년째 농사를 짓고 송아지를 기르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

오랜만에 강 전 대표를 만나 점심을 함께했다. '금값'이 돼버린 배추 농사 이야기가 우선 화제로 올랐다. 처음 농사를 시작한 지난해는 배추 작황이 좋지 않았지만 올해는 꽤 괜찮다고 자랑했다. 그는 지난해 수확한 배추로 김장을 해 다문화가정과 나눠 먹었다. 올해는 이웃 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그는 소도 기르고 있다. 지난해 봄 250만원에 사서 전북 정읍의 한 축산농가에 입식해 놓은 송아지가 제법 자라 내년 초면 성년 소가 된다. 이 소도 자신이 이사로 있는 '학원장학회'에 장학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15년간 산 분당집 얘기로 돌아왔다. 집 뒤편에 바로 산이 있고 인근에 텃밭까지 마련했다. 그런데 이곳 분당에서 내년 4월에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의원직을 사퇴함에 따라 선거 바람이 한바탕 불 기세다. 몇몇 인사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강 전 대표가 이곳에 살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리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이 조만간 조직책 공모 절차에 나설 채비를 갖추자 강 전 대표는 "어차피 이곳에서 출마할 거라면 조직책을 맡는 것이 나쁘지 않다"며 공모에 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강 전 대표에게 "지난 총선에 불출마한 결과가 수도권 보선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건넸다. 그는 "이거 하려고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면서 지난 총선에서 당 대표로서 공천 파동을 수습해야 했던 곤혹스런 처지를 소상하게 설명했다.

그가 내년 보선을 통해 국회 재입성에 성공하면 대선구도가 다소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 또한 대선주자군에 편입되면서 변수가 될 것이란 얘기다. 그의 복귀가 기정사실화되자 여권 분위기는 미묘해졌다. 지역구를 내놓은 임 실장과 안상수 대표 등이 강 전 대표를 적극 지지하는 것과 달리 박근혜 전 대표 측과 이재오 특임장관 측은 달가워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강 전 대표는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해서 남의 입장과 심정을 이해해 준다면 소통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남의 티끌이나 약점보다 자신의 티끌을 먼저 보는 그런 사람이 다음 지도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 누구인지 유심히 보고 있다"며 킹메이커 역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내친김에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대해 물었다. 그는 "한나라당에 있다가 저쪽에 간 사람을 누가 찍어주겠느냐"면서 "그러나 2년간 쉬다가 돌아와 신선하게 비쳐 먹혀들고 있다"고 풀이했다. 손 대표가 전당대회 효과로 단기적 인기를 끌고 있지만 대통령까지 되기는 힘들 것이란 얘기로 들렸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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