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려들지만 공무원들의 세계는 다르다.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근무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무원의 가장 큰 병폐 가운데 하나로 순환근무가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이 꼽힌다.
지역 출신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지식경제부의 경우 대구와 경북에서 파견 온 직원이 단 두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정희 지경부 기획재정담당관실 이정희(37) 주무관의 경우는 달랐다. 대구시에 9급 공채로 입사한 지 10년 만에 서울 근무를 자원했던 것.
"고향에 봉사하려고 공무원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소외받고 어려운 시민들을 더 잘 돕기 위해선 역량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선 대구를 떠나 대구를 보는 시야가 필요했던 것이죠. 주변은 물론 홀아버지께서도 객지 가서 고생할 필요가 있느냐며 만류하셨지만 제 열정을 꺾을 순 없었습니다. 깜깜한 밤에 현관문을 들어설 때면 서글플 때도 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그녀의 일 욕심은 대단하다. 국회 협력 업무를 담당한지 1년도 안됐지만 국회의원 보좌관 대부분과 핫라인을 만들어놓았고 국정감사가 한창인 요즘엔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숙하다시피 한다. 자기계발도 열심이어서 심야시간에 영어학원을 다니는가 하면 정서 함양을 위해 최근엔 피아노 교습까지 받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다 보니 이것저것 저지르는 일이 많아졌어요. 일을 수습하다 보니 시간이 모자라 결혼할 시간도 없었네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좀 해주세요. 대구분이시면 더 좋고요. 호호호"
국회 업무를 보기 전 그녀는 산업기술정책과에서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의 산업 분야 예산을 조정·배부하는 실무를 맡았다. 대구의 지능형 자동차센터, IT융복합 산업, 첨단 섬유소재 개발 등도 모두 이 주무관의 손을 거쳐 간 예산들이다.
대구 출신의 이 주무관은 칠성초교, 경진여중, 성화여고를 졸업한 뒤 독학사(독학에 의한 학위취득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가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주는 학사학위)로 학사학위를 받았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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