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연 마츠 에크의 '지젤' 재해석

입력 2010-10-15 07:13:06

22, 23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프랑스 리옹 국립오페라발레단 초청 '지젤'(Giselle) 공연이 22일과 23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린다. 이번에 공연되는 지젤은 세계적 거장 마츠 에크의 파격적 해석으로 재탄생한 낭만 발레의 걸작으로 마츠 에크의 안무로는 국내 처음으로 열리는 것이다.

마츠 에크의 안무는 유머와 추진력, 창조적인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 무용수들의 거친 움직임, 누드를 마다하지 않는 도발적인 해석 등으로 인간 본질의 문제를 전통적인 표현 방식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마츠 에크는 추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과장적인 기법을 표현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그런 까닭에 때때로 '고전에 대한 공격'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도전적인 창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작품에서도 원작의 균형을 깨트리고 흑과 백, 선과 악, 추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바꾸는 등 고전을 재해석하는 방식을 통해 '진짜 감정' 혹은 '인간의 심연'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에크는 "고전을 그대로 보면 사람들의 상상력을 가두게 된다. 고전을 언제까지나 신선한 상태로 남겨두려면 새롭게 재해석하는 방법뿐"이라고 말한다. 그런 생각에서 그는 고전의 주인공들을 대머리 백조, 나약한 왕자, 사랑에 배신당하고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바보 지젤, 요염한 10대의 마약 중독자인 오로라 공주, 담배를 피우는 자유분방한 카르멘 등으로 새롭게 창조했다. 특히 지젤이 베레모를 쓰고 맨발로 춤을 추는 등 예쁜 발레리나와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등장해 그녀가 완벽한 여성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원작과 달리 영혼의 세계가 아닌 현실에서 사랑이 완성된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발레 '지젤'은 1841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돼 낭만 발레의 전성기를 연 고전이다. 순진한 시골처녀 지젤은 알브레히트의 신분을 모른 채 사랑을 나누었으나 그가 약혼녀가 있는 귀족임을 알게 되자 실성한 상태로 죽어버린다. 숲속에 묻힌 지젤은 새벽이면 깨어나 숲을 지나가는 남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처녀귀신 집단인 윌리의 일원이 되지만, 그녀의 무덤을 찾아온 알브레히트마저 죽이려는 윌리들로부터 그를 지켜낸다는 이야기다.

스웨덴 출신의 안무자 마츠 에크는 이 이야기를 현대식으로 재구성해 풀어내고 있는데, 지젤은 좀 모자란 소녀로 등장하고 사랑에 버림받은 충격으로 죽는 대신 정신병동에 수용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원작의 윌리들은 처녀귀신들이 아니라 동료 정신병자들이며, 윌리를 이끄는 여왕 미르타는 수간호사로 설정돼 있다. 이마에 붕대를 감은 지젤, 뒤뚱이는 군무 행진, 알브레히트의 나체 등이 충격적으로 전개된다.

리옹 오페라발레단은 현대무용을 포함하는 고전적 발레단으로 86개 작품, 44개 창작물을 내놓았으며 발레에 연극적 성격을 포함할 만큼 개방적인 성향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공연 정보=러닝타임 87분/ 대구문예회관 팔공홀/ 22일 오후 8시, 23일 오후 5시/ VIP석 7만원, 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 티켓 링크(1588-7890). 단체 20명 이상 20% 할인. 053)606-6133.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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