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영의 스타 앤 스타] 솔직한 그녀 쥬니

입력 2010-10-14 14:14:19

살아있는 캐릭터 특별한 향기 솔~솔

소개팅을 한 번도 안 해봤다는 스물여섯 꽃띠 처녀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자.

"소개팅은 물론이고 '팅'자 들어가는 만남을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막상 소개시켜준다고 하면 안 만나게 되더라고요. 호호."

요즘 20대 맞나 싶을 정도의 순진함, 소박함이 느껴지는 그녀. 이른바 미팅이란 이성과의 만남은 자신의 인생사에 없었다고 소탈하게 밝혔다. 기자는 "왜"라고 바로 물었고, 그녀에게서 돌아온 답 역시 의외였다. "미팅이나 소개팅이란 것이 인위적으로 만나는 것이잖아요. 운명적인 상대를 만나는 것도 힘들고요. 사실 데뷔하고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 봤어요. 제 성격이 일에 매진할 때는 독불장군 같거든요. 어차피 남자친구에게 신경 못 써 서운할 것을 알기 때문에 알아서 안 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나이에 그런 생각을 가진다는 것이 좀 이상한가요?" 이상하다기 보다 특별한 향기가 솔솔 풍긴다는 것이 맞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또래들보다 철이 일찍 들었구나란 느낌이랄까.

#드라마 '나는 전설이다' 함께할 가족이 생긴 느낌

최근 SBS 월화드라마 '나는 전설이다'를 마친 배우 쥬니를 만났다. 미니시리즈란 대장정을 끝내 홀가분한 모습의 쥬니에게서는 풋풋함과 원숙함이 고르게 존재했다. 아마도 지금까지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가 자연스레 그녀를 그렇게 만든 듯했다.

"지금의 저를 있게 한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제가 제일 존경하는 이순재 선생님을 만났고요. '아이리스'에서는 소속사 사장님이기도 한 이병헌 씨, '나는 전설이다'에서는 김정은, 홍지민, 장신영이란 세 명의 언니들과 인연을 맺었어요. 그냥 친분을 쌓은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꿀 같은 시간이었죠. 특히 이번 촬영은 평생 함께할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 같아요."

쥬니가 말한 것처럼 그녀는 우리나라에서 연기에 있어 일가견이 있는 이른바 대가들과 작품을 함께했다. 흔히들 경험만큼 큰 힘은 없다고 하고, 보고 듣는 것만으로 배우게 된다고 하는데, 쥬니에게는 신인에게 쉽게 찾아오기 힘든 기회가 이어진 것이다. 운이 좋다면 좋은 것이고, 조금 포장을 하자면 좋은 작품을 찾아내는 심미안(審美眼)이라고까지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아유 절대 아니에요. 신인이 무슨 그런 게 있겠어요. 제 능력이라기보다 제가 백지에서 시작한 배우잖아요. 그것을 끌어준 분들의 힘이 컸다고 봐야죠. 감독님, 작가님 등을 비롯한 제작진은 물론이고, 모든 선배 연기자들 덕이죠. 제가 가진 매력을 뽑아내주고 그래서 맡았던 제 캐릭터가 살아서 사랑받은 것 같아요."

#'베토벤 바이러스' '국가대표' 등 인기

아무리 그래도 쥬니의 타율은 참 대단하다. 데뷔작인 '베토벤 바이러스'는 작품성과 흥행성에서 단연 1위에 오른 작품이고, '아이리스' 역시 폭풍 인기를 누렸다. 그녀의 첫 영화 진출작 '국가대표'는 800만 관객 돌파라는 블록버스터급 흥행기록을 세웠고, '나는 전설이다'도 타방송사의 간판 뉴스인 9시뉴스와 경쟁해야 하는 9시대 드라마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우와,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호호. 그래도 제 덕은 아니에요. 우선 제가 작품을 고르는 시기가 아니었고요. 다만 저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해볼게요' 정도였거든요. 그리고 제 스스로 솔직히 크게 기대한 작품이 없었어요. 시청률 1위니, 몇 백만 관객 돌파니 이런 것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운이 되게 좋았어요. 뽑기를 잘 한 것이죠. 호호."

그녀 말대로 '운발'이 따라주는 쥬니에게도 깊은 고민이 한 가지 있다. 안팎에서 고르게 지적하는 배우 쥬니에 대한 딜레마이기도 하다. 바로 비슷한 캐릭터가 이어진다는 점. 그녀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반항아 이미지가 다분한 여고생 플루티스트 하이든이었고, '아이리스'에서도 사고뭉치 출신의 천재적인 프로그래머 양미정을, '나는 전설이다'에서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둔 리틀맘에서 컴백마돈나 밴드의 기타리스트가 되는 양아름 역할을 연기했다. 대부분 공통적으로 트러블 메이커 캐릭터였던 것이다.

"저 역시도 고민이 컸어요. 그러던 차에 박희순 선배님이 '아직 5년은 더해도 된다. 그 안에서도 다양한 색깔의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조언해 주시더라고요. 충격을 받았어요. 한 작품하고, 두 번째가 비슷하면 대중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순간이었거든요. 박희순 선배님 말처럼 언뜻 비슷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매력 선보이려고요. 잘해 볼 거예요."

#털털한 성격…얼굴이 너무 까매서 걱정

꽤 오랜 시간 쥬니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동안 겉으로 보여졌던 강한 느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의외로 여성스럽고 귀여운 느낌이 더 많았다. 언뜻언뜻 애교도 묻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삶과 연기에 있어서는 용감한 도전의 모습도 있었다. 쥬니의 묘한 매력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빠져들었다.

"제 실제 성격은 털털한 편이에요. 솔직하고요. 또 일하는 것에 있어서는 용감한 편인 것 같아요. 원래는 애교가 없었는데, 이번 작품 하면서 언니들한테 애교를 배웠어요. 호호. 언니 세 분이 모두 한 애교하시거든요. 그래서 요즘에 저도 모르게 애교 부리는 제 모습을 볼 때가 있어요."

대개 스타들만 나간다는 토크쇼, 그 중에서도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다면 쥬니는 무슨 고민을 들고 나갈까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의외로 털어놓을 얘기들이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하. '무릎팍 도사'요? 재미있겠는데요. 음…, 저는 말도 안되는 고민을 들고나갈 것 같아요. 제가 얼굴이 너무 까매서 걱정이라 아마도 '얼굴이 너무 까매요'가 되지 않을까요? 호호."

내친김에 '무릎팍 도사'의 고정 마무리 질문도 따라해 봤다. "쥬니 씨의 꿈은 뭔가요?" "솔직함이 묻어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연기는 거짓이지만 쥬니의 연기를 보면 진실성이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욕심 부리는 유일한 것이 바로 그것이거든요. 여유롭고 행복한 배우로 오래 연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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